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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 만날때 평양선 최고인민회의... 美 “김정은 발언 주시”

한미정상 만날때 평양선 최고인민회의... 美 “김정은 발언 주시”

Posted April. 08, 2019 07:40   

Updated April. 08, 201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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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노이 노딜’ 이후 42일 만에 남북미 정상이 다시 움직인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과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동시에 열리는 11일은 올해 남은 기간 비핵화 협상 국면의 흐름을 결정지을 ‘빅 데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성과 없이 헤어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각각 어떤 반응을 내놓는지가 핵심이다.

 청와대는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남북 경제협력 복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협조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방미에 앞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잇달아 백악관으로 보내 사전 조율 작업을 맡겼다. 두 사람은 백악관 인사들에게 “남북 경협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복귀시키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 지렛대가 될 수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담판이 무산된 뒤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북-미가 합의할 충분한 수준의 합의), ‘조기 수확(early harvest)’ 등의 새로운 전략을 꺼내든 청와대는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의사만 확인해도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를 주고받는 ‘빅 딜’이 북한의 반대로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서, 백악관과의 공조로 멈춰 있는 비핵화 시계를 일단 움직이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워싱턴의 생각이 청와대와 비슷한지는 알기 어렵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 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미 정부의 정책은 명확하다. 제재는 최종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 (남북 경협을 바라는) 한국 정부에 ‘노(no)’라고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재 이행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왔고, 이에 감사한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 대신 폼페이오 장관은 11일을 “중요한 날”이라고 부르며 백악관의 시선은 평양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평양에서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가 열린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지도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북한이 해야 할 옳은 일은 미국과 함께 비핵화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먼저 비핵화의 의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메시지 대신 자력갱생, 독자노선 등의 방침만 강조한다면 미국은 일부 제재 완화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다시 시작된 정상 간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정체 국면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비핵화 논의는 정상 간 결단에 따른 ‘톱다운’ 방식으로 펼쳐졌다”며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여전한 만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빅 데이’가 끝나더라도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미가 탐색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내용을 가지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원 포인트’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신나리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