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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현호색...’ 한반도 ‘신종 생물’의 이름입니다

‘봉화현호색...’ 한반도 ‘신종 생물’의 이름입니다

Posted March. 05, 2019 07:32   

Updated March. 05, 2019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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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산털보바수염반날개.’ 곤충은 머리 가슴 배로 구분된다는 초등학교 수준의 상식만 갖고 있는 기자에게 이 곤충은 발음조차 쉽지 않았다. 오대산털보바 수염반날개? 오대산털보 바수염반날개? 어디서 띄어 읽어야 할지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

 “오대산에서 발견된 날개에 털이 많은 바수염반날개라는 뜻이에요.”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 김태우 연구사의 설명이다. 설명을 듣고 사진을 보니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이해가 됐다. 딱정벌레에 속하는 바수염반날개는 이름처럼 더듬이가 막대기처럼 곧게 뻗어 있다. 날개는 입다만 옷처럼 짜리몽땅했고 털이 소복했다.

 오대산털보바수염반날개는 지난해 안기정 충남대 생물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오대산 자락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한 신종이다. 통상 신종 명칭은 처음 발견한 연구자가 짓는다. 기존 종들과 구별하기 위해 발견 장소를 이름에 붙일 때가 많다.

 안 교수는 “바수염반날개는 전 세계적으로 5만 종에 달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하고 국내에서는 650종이 서식한다”며 “아직 국내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매년 새로운 종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종을 일반인이 만나기는 쉽지 않다. 크기가 작은 데다 주로 숲에서 서식하기 때문이다. 과거 바수염반날개가 대거 출몰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기사가 있는데 모두 강원 지역에서다.

 오대산털보바수염반날개는 지난달 26일 국립생물자원관이 발표한 국내 자생생물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오대산털보바수염반날개처럼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은 지난해에만 3가지가 더 있다.

 김무열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경북 봉화에서 발견한 봉화현호색은 야생화인 현호색의 신종이다. 이미 학계에 보고된 남도현호색, 흰현호색과 유사하지만 원래 꽃이 연노랑에서 흰색으로 변하는 등 기존 현호색과 뚜렷이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강원 평창에서 발견된 평창나사접시거미, 경북 해안가에서 자생하는 식물인 선갯장대도 이번에 신종으로 등재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자생생물은 총 5만827종으로 199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5만 종을 넘었다. 1996년(2만8462건)에 비하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학계에서는 국내 자생생물이 약 10만 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까지 이 중 절반가량을 찾아낸 셈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지금 이 시간에도 생물학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지 않은 신종이나 국내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을 찾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하듯 국토를 샅샅이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