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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국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전 ‘I draw’ 참여 英해티 스튜어트

6개국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전 ‘I draw’ 참여 英해티 스튜어트

Posted February. 14, 2019 07:55   

Updated February. 14, 201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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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킴 카다시안, 퍼렐 윌리엄스, 아리아나 그란데, 카일리 미노그…. 대중이 선망하는 스타들이 세련된 포즈를 취한 잡지 커버들. 영국 일러스트 작가인 해티 스튜어트(31)는 이 화려한 커버 위에 장난기 가득하게 혓바닥이나 하트, 소용돌이 무늬를 그려 넣는다.

 13일 서울 용산구 디뮤지엄에서 만난 스튜어트는 이를 “낙서 폭탄을 퍼붓는다”고 표현했다. 고상한 척 멋 부린 스타들의 모습은 스튜어트의 손길 한 번에 왁자지껄한 낙서로 전락하는 셈. 이 거침없는 작품을 세계 6개국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16명이 함께한 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에서 만날 수 있다.

 스튜어트의 ‘낙서 폭탄’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에서 일하다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일이 따분해 ‘집에 가면 무슨 그림을 그릴까’ 고민하다 바에 놓인 그림 위에 무심코 낙서를 했어요. 그게 너무 재밌어서, 집에 쌓아둔 잡지 표지들에 대량으로 낙서를 하면서 시작됐죠.”

 누구나 한번쯤은 학창시절 수업 시간이 지루해 교과서 속 얼굴에 그림을 그려봤을 터. 스튜어트는 그 친밀한 낙서에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나이키나 애플뮤직, 마크바이 마크제이콥스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왔다. 스튜어트는 그런 자신이 “어느 순간 ‘전업 낙서가’가 됐다”며 웃었다.

 낙서라고 부르긴 했지만 그만의 ‘표지를 고르는 기준’이 있을 터. 스튜어트는 “눈에 보이는 표지 가운데 20%만 뭘 그릴지 확신이 선다”며 “나머지는 다양한 과정으로 그려 보다 결과에 이르는 편”이라고 했다. 그럼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완벽했던’ 표지는? 잡지 ‘페이퍼’에 실린 카다시안의 사진을 주저 없이 꼽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카다시안의 뒷모습이 담긴….

 “왜 완벽한 커버였냐고요? 커다란 엉덩이가 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죠! 하하하.”

 최근 젊은 작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이 활발하다. 그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을 줄 알았지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인 건 맞아요. 하지만 수개월간 고민해서 만든 프로젝트가 순식간에 소비되고 뒤로 밀려나는 걸 보면 때론 숨 막힌단 느낌을 받습니다. 창작자에겐 ‘시간’이 가장 좋은 친구인데, SNS는 느긋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거든요.”

 이번 전시에서 스튜어트는 전시 공간에 거울을 여러 개 배치했다. “관람객이 잡지 커버 속 스타이자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길 바라는 의도라고 털어놨다.

 “바깥세상에 신경을 끄고 ‘릴랙스’하는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제 그림을 보고 그저 ‘행복하고 재밌다’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는 9월 1일까지. 3000∼1만2000원.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