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자만심이 전쟁 불렀다”는 獨총리의 반성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일인 1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가적인 자만심과 군사적인 거만함이 두 개의 세계 전쟁을 무분별한 유혈 사태로 이끌었다”며 1,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독일의 과오를 반성했다. 독일이 과거사를 통절히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이웃국가들을 참화로 내몬 자신들의 행위가 자국우선주의와 패권주의의 산물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21세기 현 시점에서도 세계가 새겨들어야 할 경고가 아닐 수 없다.

　메르켈 총리는 “1차대전은 고립이 얼마나 인간을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지금 닥친 도전은 한 나라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며 “커뮤니케이션 부족과 타협에 대한 의지 부족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강대국의 자신감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경고다. 또한 과거를 직시하고 새로 태어나기는커녕 국수주의·패권주의적 행태로 회귀하려는 듯한 행태로 동아시아의 협력과 화해를 저해하는 일본 아베 행정부에 대한 경고로도 들린다.

　지난달 한국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 측 변호인들이 어제 도쿄의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본사를 찾았지만 사실상 문전박대 당했다. 독일은 2007년 2차 세계대전 강제노역 피해자 170만 명에게 6조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자급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국내 극우세력의 강한 반대를 괘념치 않고 10일 독일의 1차대전 항복 서명 장소인 프랑스 북부 콩피에뉴 숲 현장을 방문해 “독일은 세계가 더 평화로울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했다. 독일의 사과 행진은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총리가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은 이래 근 50년째 이어지고 있다. 수십 년째 과거사 갈등을 겪고 있는 동아시아가 유럽처럼 협력과 통합의 길을 향해가기 위해서는 일본이 하루빨리 퇴행적 사고와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