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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오가리

Posted October. 20, 2018 07:25   

Updated October. 20, 201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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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즐겨 묻는다. 어떤 시가 좋은 시냐고. 정답은 없다. 좋음의 답이 있으면 그건 좋은 게 아니다. 좋으니까 오히려 답이라든가 이유를 찾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다시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해 드리고 싶다. 마치 내 이야기를 쓴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면 좋은 시라고 말이다. 이를테면 복효근 시인의 ‘호박오가리’를 읽고 자신의 호박오가리와 어머니를 떠올리게 된다면 이 시는 그의 좋은 시가 된다.

 호박을 오리거나 썰어 말린 것을 ‘호박오가리’라고 한다. 이것은 흔하면서도 쓰일 데가 많은 식재료다. 말린 것은 불려서 나물 해먹고, 된장찌개에도 넣어 먹는다. 어머니는 늘 넘치게 주시고, 자식은 늘 챙겨 먹지를 못하니 호박오가리는 쓰이질 못했나 보다. 벌레 핀 호박고지를 발견하고 시인은 서둘러 요리를 시작한다. 어머니가 주신 것이니 사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귀한 음식이다.

 우리 집 베란다에도 저 호박오가리가 있다. 그것 역시 내 어머니의 투박한 손이 썰고, 내 어머니 집의 햇살이 말려준 것이다. 아시겠지만, 호박오가리의 실체란 바로 어머니의 마음이다. 그 마음은 고속버스를 타고 와서 이때까지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매년 호박오가리를 받을 수 있기를 나 역시 오래도록 바라고 있다. 이렇게 이 시는 복효근 시인의 시이면서 나의 시가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당신의 기억 속에 혹은 마음 안에 호박오가리가 있다면, 이 시는 바로 당신의 시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