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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말엔 베니스 97%가 물에 잠길수도”

“21세기말엔 베니스 97%가 물에 잠길수도”

Posted October. 17, 2018 07:55   

Updated October. 17, 201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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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전체가 문화재로 꼽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기울어진 탑으로 유명한 피사 등 유적을 조만간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지중해 연안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49곳 대부분이 21세기 말까지 홍수와 해안 침식으로 크게 손상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유명 관광지인 데다 인류 문명의 정수가 깃든 유적지라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레나 레이먼 독일 킬대 지리학과 연구원과 영국 서식스대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6일자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49개의 지중해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47개가 21세기 말 홍수 및 해안선 침식에 의해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베네치아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을 경우, 큰 홍수가 더 많이 자주 찾아와 도시 면적의 97%가 홍수 피해를 입고, 이때 도시는 최대 2.5m까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해안선 침식에 의한 피해도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먼 연구원은 “해안선 침식은 이미 시작된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네치아와 함께 가장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으로는 해수면이 2.2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 이탈리아 북부의 고대도시 아퀼레이아와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등이 꼽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탈리아 반도와 발칸반도 사이의 아드리아해 북쪽에 밀집한 도시들이다. 뒤를 이어 스페인 남부의 지브롤터, 그리스 델로스, 이탈리아 페라라와 나폴리,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유적들이 크고 작은 홍수 피해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됐다. 레이먼 연구원은 “특히 베네치아와 두브로브니크, 텔아비브 등은 대도시인 만큼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이 꼽혔다. 이들 세계문화유산과 해안선까지의 평균 거리는 2000년 1.1km였는데, 2100년 0.1km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여기에 폭우 등 극한기후현상이 지금보다 최소 1.3배에서 3배까지 자주, 강하게 발생하면서 파도와 홍수에 의한 피해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문제는 대책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문화재를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피해 대책은 아직 논의된 적이 없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이먼 연구원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파리협약’을 지키더라도 이미 일부 세계문화유산의 피해를 막을 수는 없다”며 “보전을 위한 재원 마련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신영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