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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직 활 시위 당길 근육이 남아있다...양궁 맏형 오진혁 집념의 도전

나에겐 아직 활 시위 당길 근육이 남아있다...양궁 맏형 오진혁 집념의 도전

Posted August. 09, 2018 08:02   

Updated August. 09, 201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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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그만두는 게 좋겠다. 빨리 수술하고 치료하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자기공명영상(MRI)을 살펴보던 주치의는 은퇴를 권유했다. 오른쪽 어깨 근육과 오른팔 위쪽 근육 일부가 완전히 찢어졌다고 했다. 몇 해 전부터 이상 증세가 있긴 했다.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뚝뚝 뭔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아팠다. 시위를 당기기는커녕 팔을 들어올리기조차 힘들었다.

 지난해 여름 한국 남자 양궁의 맏형 오진혁(37·현대제철)은 은퇴의 기로에 섰다. 진통제를 맞아가며 근근이 연말까지 버텼지만 선수 생활의 끝이 보이는 듯했다.

 그랬던 오진혁이 18일 개막하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한다. 8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오진혁은 “계속 아프다 보니 이젠 통증에 익숙해진 것 같다. 몸 상태만 보면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활을 쏘려 한다”고 말했다.

 두 개의 근육이 파열된 오진혁이 어떻게 양궁 대표팀에 뽑힐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가 되는 건 올림픽 금메달 따기보다 어려운 일 아니던가. 현역 연장의 의지가 컸던 오진혁의 과감한 결단이 효과를 봤다.

 우람한 체격(키 182cm, 몸무게 97kg)의 오진혁은 강한 활을 쏘는 선수였다. 시위를 당길 때의 장력(줄에 걸리는 힘의 크기)이 54파운드나 됐다. 야구의 투수에 비유하면 시속 155km를 쉽게 던지는 강속구 투수였다. 장력이 클수록 화살을 더 강하게 날릴 수 있다.  

 오진혁은 겨울 훈련 때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어깨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활의 장력을 8파운드나 줄였다. 요즘 46파운드짜리 활을 쓰는 그는 “요즘엔 시속 140km대 초반의 공을 던지는 변화구 투수가 됐다”며 웃었다.

 처음엔 밸런스가 맞지 않아 고전했다. 요즘도 오조준 때 헷갈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실력으로 대표팀에 선발됐다.

 한국 나이로 38세의 오진혁은 남녀 양궁 선수를 통틀어 메인 대회(올림픽,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최고령 선수다. 2012 런던 올림픽 때는 한국 남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개인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로 모든 것을 이룬 그는 무엇 때문에 활을 놓지 못하는 것일까. “모든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봤습니다. 목표 의식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또 대표 선발전을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난 양궁장에 있어야 ‘사는 맛’이 납니다. 치열한 선발전이 힘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좋은 후배들이랑 경쟁하는 자체가 즐겁습니다.”

 이번 아시아경기 목표는 남자 단체전 금메달이다. 2012년 올림픽과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그는 개인전 금메달을 땄지만 단체전은 모두 동메달이었다. 오진혁은 “좋은 후배들과 다 함께 시상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아시아경기에는 리커브 5개, 컴파운드 3개 등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리커브 대표팀 주장인 그에게 예상 금메달 수를 물었다. “지금처럼만 쏘면 모든 금메달은 우리 차지예요. 다른 나라 선수들은 태극마크만 보면 벌벌 떨거든요.”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