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농구광 김정은, 평양 농구 경기 결국 불참

농구광 김정은, 평양 농구 경기 결국 불참

Posted July. 06, 2018 07:39   

Updated July. 06, 2018 07:39

中文

 ‘농구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본인 제안으로 15년 만에 평양에서 열린 통일농구경기를 결국 참관하지 않았다. 6일부터 1박 2일간 이어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핵 담판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안방에서 펼쳐진 ‘빅게임’도 마다한 채 북핵 협상 준비에 몰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기불참 김정은, “이해를 구한다”고 전해

 김정은은 5일 오전 10시10분경 우리 대표단 숙소인 고려호텔에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보내 경기 불참 소식을 알렸다. 경기 시작 약 5시간 전이었다. 김영철은 이날 호텔 2층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우리 대표단을 만나 “(김정은이)‘저보고 나가 만나보는 게 좋지 않겠나’고 해서 이렇게 나왔다. 국무위원장께서는 지방 현지 지도 길에 계십니다. 먼 길에…”라고 했다. 오전 10시20분부터 50분간 가진 환담 후 조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신의주 쪽에, 지방에 계셔서 못 오실 것 같아서 자기(김영철)가 인사를 전하는 취지였다”고 했다.

 미국프로농구(NBA)팬인 김정은은 4.27 남북정상회담 때 “축구보다 농구먼저 하자”고 제안해 이번 경기가 성사됐지만 정작 본인은 북-중 접경지역인 신의주에 머물고 있는 것. 한 대북 소식통은 “폼페이오와의 회담을 앞두고 평양보다 시원한 신의주에서 서기실 요원들과 상황별 회담 시나리오 준비에 집중하는 것 같다. 또 ‘한가하게 농구 안보고 협상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농구경기 일정이 정해진 뒤 폼페이오 방북 일정이 정해진 것으로 보여 김정은의 경기 불참은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김영철은 “‘조명균 장관께 이해를 구하고 오래간만에 평양에 오셨는데 하고 싶은 얘기도 간단하게 나누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조언이 있어서 왔다”며 ‘김정은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우리 통일장관에게 ‘이해를 구한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신 김영철은 “국무위원장께서 어제 경기를 텔레비전을 통해 보셨다” “이번 경기 조직 관련 전반적 흐름을 하나하나 잡아주셨다”며 김정은의 각별한 ‘농구애(愛)’를 전했다.

○ 조명균, 김영철 만난 뒤 “남북미 회동 없다”

 조 장관은 환담 후 기자들을 만나 ‘북-미 대화’와 관련해 “아주 기본적인 얘기만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 만나서 북측은 북측 나름대로 잘 협의를 할 것이다’ 그런 정도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회담 후 ‘폼페이오를 만나시는 것이냐’는 우리 기자의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이 폼페이오와의 협상을 앞두고 막판까지 맞상대자 공개에 뜸을 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장관은 6일 남북미 3자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북미 아닙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4월 우리 예술단과 동행한 남측 기자단을 만나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던 김영철은 이날 회담 초반엔 “우리(북한)사격선수들이 총으로 잘 못 쏴요”라며 웃으며 말했다.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만 북한 선수 대부분이 군인 신분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군이 총을 못 쏜다” “전쟁 의지가 적다” 등을 에둘러 전한 것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