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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군 모으는 김정은 ‘북중러 정상회담’ 추진하나

우군 모으는 김정은 ‘북중러 정상회담’ 추진하나

Posted June. 02, 2018 07:59   

Updated June. 02, 201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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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회담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에 열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안보·경제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9, 10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데 이때 북-중-러 3국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일 김 위원장이 전날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조러(북-러) 최고 영도자(지도자) 사이의 상봉 실현에 합의를 봤다”며 “양국 외교관계 수립 70주년인 올해 고위급 왕래를 활성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두 정상 간의 회담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외교장관의 방북은 9년 만이다. 외견상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4월 러시아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이지만 실제로는 북-러 정상회담을 급히 진행하기 위해 라브로프 장관이 방북한 성격이 짙어 보인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북-러 양측은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러 정상이 한반도 문제 해법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이르면 다음 주에라도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북 기간 중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 해제”를 강조하면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지지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9, 10일 SCO 정상회의 참석차 국빈 방중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칭다오는 북한과 가까워 김 위원장이 비행기로 이동하기에도 수월하다. 칭다오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SCO 정상회의에 앞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가세한 북-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돼 3국이 한반도 문제 해법에 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중국에 더는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준 상태여서 중국에서 이런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장소는 러시아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베이징의 러시아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러시아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되며 확고하다”며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