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Posted May. 25, 2018 07:28   

Updated May. 25, 2018 07:28

中文

 북한이 2006년 이후 6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24일 폐기했다. 북한이 ‘핵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뒤 단행한 첫 실질 조치다. 동시에 북한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 재검토를 언급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북한은 이날 오후 한국과 미국 등 기자들이 참관하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했다고 정부 당국은 밝혔다. 풍계리 핵실험장의 4개 갱도를 폭발시켜 입구를 붕괴시킨 북한은 관측설비들과 연구소 등 구조물 철거를 통해 핵실험장 주변을 완전히 폐쇄할 예정이다.

 북한이 일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예정대로 진행한 것은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맞바꾸는 북-미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보이려는 것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로 먼저 성의를 보인 만큼 이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통 큰’ 비핵화 보상에 나서라는 제스처이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연 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 번째 조치임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오전 대미라인 핵심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문을 통해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재개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김정은이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리비아 모델’처럼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원색 비난을 퍼부은 것. 최선희는 “우리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험해 보지 못했고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비극을 맛보게 할 수 있다”며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조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하는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 싸움은 이어지고 있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북-미가 물밑에서 회담을 위한 의제 조율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최근 날선 신경전은 비핵화 수위와 보상을 더 얻어내기 위해 벌이는 막판 기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무엇이 되든, 싱가포르(회담)에 관해 다음 주 알게 될 것”이라며 “언젠가 만남이 확실히 있을 것이다. 그 만남은 충분히 6월 12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