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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담판 주도권 쥔 김정은 ‘거래의 기술’

핵담판 주도권 쥔 김정은 ‘거래의 기술’

Posted April. 23, 2018 07:39   

Updated April. 23, 201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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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지를 기습 선언했다. 아직 미국 본토에 닿을 핵무력 완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제재 속 경제 상황도 악화됐지만 “병진노선(핵과 경제 동시 발전)이 승리했다”고 선언하며 ‘경제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에 나선다고 공표한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21일 전날 개최된 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 내용을 전하며 “김정은 동지께서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긍지높이 선언하시고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제시하시었다”고 전했다. 이날 채택된 결정서를 통해 북한은 21일부터 핵과 ICBM 실험 중지와 함께 ‘북부 핵시험장’(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예고했다. 2013년 3월 전원회의 채택 후 김정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병진노선은 5년 1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김정은은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된 것처럼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경제 발전에 집중할 뜻을 내비쳤다. 또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이나 핵 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 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국제법규를 준수하며 핵을 보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남북, 북-미, 북-중 릴레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보유국의 권리를 강조하며 군축 협상을 통한 보상 등 반대급부 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의 메시지가 공개된 지 1시간 뒤 트위터에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적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후보자가 이달 초 김정은을 만난 뒤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고도화를 중단하겠다고 한 것을 평가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여전히 유용하다고 재차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경계론도 확산되고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1일(현지 시간)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발표는) 비핵화 선언이 아니며, 북한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분석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21일 “조만간 있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매우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황인찬 hic@donga.com ·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