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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법 공화국 용납 못해”... 마크롱, 칼 빼들다

“떼법 공화국 용납 못해”... 마크롱, 칼 빼들다

Posted April. 04, 2018 08:17   

Updated April. 04, 20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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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나는 이를 경고하러 왔다.”

 프랑스의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생태·에너지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프랑스 서부 노트르담데랑드 지역을 찾아 이곳을 점거한 극렬 시위대(자디스트·Zadiste)에 최후통첩을 했다. 그러나 자디스트는 “강력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르코르뉘 장관은 “강제 집행에 나섰다가 경찰과 자디스트 사이에 큰 충돌만 벌어지고 해산에 실패했던 2012년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극좌파와 공화국에 반하는 폭력 인사들이 점거하고 있는 이곳은 며칠 내에 공공질서가 회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자디스트는 2009년부터 10년 동안 이곳을 무단으로 점거해왔다.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정부는 올 1월 이들의 점거에 밀려 50년 넘게 정부가 추진해 오던 신공항 건설 프로젝트를 백지화시켰다. 2016년 신공항 건설에 찬성한 주민투표 결과를 뒤집은 마크롱 정부의 선택에 ‘떼법에 휘둘려 민주주의가 부정됐다’는 비판도 컸다. 지난주 국회 재정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신공항 프로젝트의 백지화로 손해를 입은 시행사 뱅시에 2억∼6억 유로(약 2600억∼7796억 원)를 보상해야 한다.

 그러나 250∼300명의 자디스트는 공항 백지화의 목표를 이룬 뒤에도 신공항 건설부지(약 1250만 m²) 내 핵심 지역(약 100만 m²) 점거를 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실험적으로 집단농장을 경영하겠다. 점거 승리 기념장소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1월 당시 신공항 건설 포기를 선언하면서 “겨울이 끝날 때까지 나가지 않으면 강제 퇴거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3월 31일로 겨울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지역 경찰은 지난달 27일 노트르담데랑드와 주변 6개 시에 기름과 가스를 비롯한 폭발 물질, 불이 붙을 만한 가연성 물질, 사냥 무기 등을 한시적으로 소지할 수 없도록 하는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강제 진압을 위한 사전 작업이다.

 이에 자디스트는 지난주 총회를 열어 경찰의 진압에 강력히 맞서기로 결의했다. 지난달 31일 주변 대도시인 낭트에서는 1000여 명이 동조 시위를 벌였다.

 마크롱 정부 안에선 더이상 ‘떼법’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강하다. 자디스트는 노트르담데랑드 점거 이후 전국의 50여 개 개발 프로젝트에 다 끼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남서부 도르도뉴강이 흐르는 베나크에는 이 지역 3.4km 우회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자디스트가 집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곳에 집을 짓고 전기 및 상하수도 시설을 갖춰 장기 점거 태세에 들어갔다. 베나크 지역의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는 미셸 앙드레는 노트르담데랑드 신공항 건설을 막은 자디스트를 ‘전사(戰士)’라고 치켜세우며 “그들이 오면 우리 점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노트르담데랑드 자디스트에 “우리가 점거한 땅을 나눠줄 테니 이곳으로 와 달라”는 요청 편지까지 썼다.

 마크롱 정부는 2월 핵폐기물 매립장 건설에 반대하며 2년째 뷔레 지역을 점거한 자디스트를 새벽에 급습해 강제 해산시킨 바 있다. 그러나 자디스트는 6월경 다시 이곳을 점거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