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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자협정 맺자” 시진핑의 끼어들기

Posted April. 02, 2018 07:47   

Updated April. 02, 201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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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남북과 미중의 4개국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대체할 4자회담 카드를 들고나오면서 미중 주요 2개국(G2)의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구상에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과 미중 등 4개국이 참여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포함해 ‘새로운 (한반도) 안전보장의 틀’을 제안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1일 보도했다.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다음 날 이뤄진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제안에 답하지 않은 채 중국에 대북 압박을 유지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자신의 구상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당시 회담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계속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북한을 포함해 각 측과 함께 한반도 긴장 완화를 추동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 방한한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 역시 문 대통령,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이를 포함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전반적인 중국의 역할에 대한 시 주석의 구상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중국의 개입에 긍정적이면서도 시 주석이 제안했다는 4자회담을 통한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 구상에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이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당사국 권리가 있는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이후에나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양 위원이 4자 평화협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트럼프에 앞서 시 주석을 먼저 만나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 강화’에 합의한 만큼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시 주석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남북미 3국 회담 대신 남북미중의 4자회담을 통해 후속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승인 연기를 언급한 데 이어 “한국엔 경계선(군사분계선)이 있고 군인(미군)들이 장벽을 지키고 있는데 우리는 그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과 비핵화 해법에 이견을 보이는 문재인 정부를 압박해 대북 협상에서 주도권의 고삐를 바짝 쥐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