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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의 아베

Posted March. 15, 2018 08:24   

Updated March. 15, 201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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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되살아난 ‘사학 스캔들’에 휘청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이 아베 총리 부부가 연루된 사학스캔들을 무마하려 공문서 14건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그간 총리직이 걸린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의 앞길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을 위해 당 총재를 3년씩 3연임할 수 있도록 당규까지 바꾼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내에서조차 쉽게 봉합되지 않을 분위기다. 아베를 향한 경쟁자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사학 스캔들은 지난해 2월 처음 불거졌다. 학교법인 ‘모리토모 학원’이 아베 총리 이름을 딴 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하며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인 게 시발점이었다. 아베 총리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으로 활동했고, 정권 핵심이 힘을 쓴 정황도 고구마 줄기처럼 나왔다. 급기야 이달 초 재무성이 공문을 조작한 사실까지 터져 나왔다. 학원 측이 재무성 회의에서 “아키에 여사가 ‘좋은 땅이니 잘 진행해보라’고 했다”고 말한 대목 등이 공문에서 삭제됐다. 공문 조작은 스캔들 자체보다 정부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었다.

 ▷이번 스캔들은 ‘아베 1강(强)’ 체제가 빚은 어두운 그림자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어떻게 부패하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학 스캔들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지난해 20%대까지 추락했다. 결국 그는 중의원을 해산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위기를 탈출했다. 아베의 부활은 마땅한 대안 세력이 없는 탓이 컸다. 아베 총리의 입지가 다시 공고해지며 사학 스캔들은 힘을 잃어갔다.

 ▷스캔들을 재점화한 것은 아사히신문이다. 아사히는 1년여 간 집요하게 파고들어 2일 재무성의 공문 조작 의혹을 특종 보도했다. 보도 직후 재무성 관료 출신 인사는 “정권이든, 아사히든 어느 한 쪽은 쓰러지는 궁극의 싸움”이라고 했다. 그러나 재무성이 곧 백기를 들며 싸움은 아사히의 승리로 귀결됐다. 아베 1강 체제 속에 묻힐 뻔한 권력형 특혜 의혹 사건과 권력자들의 거짓말을 드러낸 아사히의 보도는 언론의 존재 이유를 상기시킨다.


홍수영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