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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특사단 면담한 김정은, ‘核으로 생존’ 더는 꿈꾸지 말라

南특사단 면담한 김정은, ‘核으로 생존’ 더는 꿈꾸지 말라

Posted March. 06, 2018 07:45   

Updated March. 06, 201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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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어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접견하고 만찬도 함께했다. 정의용 수석특사는 방북에 앞서 “남북 대화와 관계 개선의 흐름을 살려 한반도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했다. 비핵화를 결단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전달받은 김정은이 내놓은 반응은 오늘 귀환하는 특사단을 통해 드러날 것이지만, 그가 어떤 반응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는 대화 국면 전환이냐, 전쟁 위기 재발이냐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김정은이 우리 특사단을 깍듯이 환대할 것은 예상된 일이다. 김정은은 평창 올림픽 개회식 때 대남 특사로 보낸 여동생 김여정의 귀환 보고를 받고 “남측이 온갖 성의를 다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지난주 문 대통령의 특사단 파견 방침을 통보받고도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고, 특사단의 김정은 면담 요구에도 별다른 조건 없이 곧바로 수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형식적 의전상의 환대가 향후 남북관계, 나아가 북한의 대외관계 전망을 밝게 하지는 않는다.

 북한은 어제도 선전매체를 동원해 미국을 거칠게 비난하며 핵 포기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동신문은 “그 무슨 해상봉쇄니, 자금줄 차단이니 하면서 우리의 자주권을 조금이라도 침해한다면 그에 따른 강력한 대응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영원히 ‘깡패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머지않아 고사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김정은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김정은이 ‘평창 모멘텀’을 그냥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특사단에게 직접적으로 비핵화 의사를 밝히지는 않은 채 ‘북-미 간 상호 관심사’를 논의할 수 있다는 선에서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띄울 수 있다. 즉, 미국의 이른바 ‘적대시 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비핵화 문제를 대화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조건부 비핵화가 될 것이다. 외교에선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승리는 있을 수 없는 만큼 이를 계기로 북-미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대화가 오래 갈 리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빌 클린턴 행정부 이래 역대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은 그동안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부터 계속해오던, 대외 협박으로 양보를 받아내면서 생존을 연장하는 관행에서 벗어날 생각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 북한이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달 말 평창 휴전기간이 끝날 때까지 접점이 나오지 않으면 북한은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