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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행 KTX ‘대박질주’..지역상인들 ‘표정관리’

강릉행 KTX ‘대박질주’..지역상인들 ‘표정관리’

Posted January. 17, 2018 08:47   

Updated January. 17, 2018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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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이 무색하게 객실에는 빈자리가 단 하나도 없었다. ‘셀카’를 찍는 20대 연인부터, 창밖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나이 지긋한 부부, 무리지어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진 중장년 아주머니들…. 객실은 여행의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강원 강릉역에 도착하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벌써 도착했어?” “(KTX가 생겨) 강릉사람들 좋겠네” 등의 대화를 하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15일 오전 10시 서울역을 출발해 강릉역에 도착한 경강선 KTX 열차 풍경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말 개통한 경강선 KTX가 강원 관광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오르고 있다. 강릉 해변을 둘러보고 점심과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는 평일 당일치기 여행부터 1박 2일 주말여행까지 KTX를 타고 넘어오는 수도권 여행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대학생 최진영 씨(21)는 “KTX를 타면 2시간 만에 바다를 볼 수 있어서 강릉을 선택했다. 정동진에서 바다를 본 뒤 시외버스를 타고 평창으로 넘어가 양떼목장도 둘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7, 8명의 50대 중년 여성들은 “친구들끼리 강릉에서 바람 쐬고 회 먹으러 왔다”면서 웃으며 사라졌다. 강릉의 대표 관광지 오죽헌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관광객이 많았다면 요새는 10명 단위로 KTX를 타고 오는 손님이 많다. 초당두부촌이나 중앙시장 횟집에서 밥을 먹고 커피거리 안목해변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설명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2일 개통한 경강선 KTX에는 14일까지 총 34만 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해당 기간 경강선 KTX의 예매율은 80%로 호남선(70%)보다 높다. 이날도 평일임에도 오전 8∼10시 매시마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강릉행 KTX 3편은 모두 매진됐다. 강릉시티투어를 진행하는 뉴동방관광의 전제관 대표(46)는 “주말에 많게는 2배까지 손님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지역 상권도 들썩였다. 커피커퍼 문현미 지점장(49)은 “예전에는 서울로 돌아가는 시간 때문에 일요일 오후 3시면 커피거리가 한산했는데 지금은 일요일 늦게까지도 북적인다. 매출도 10% 넘게 늘었다”고 했다. 주말에만 몰리던 해변 식당들은 평일 점심 저녁때도 북적거린다. 업계도 KTX 특수 잡기에 뛰어들었다. 역 안에는 제주공항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렌터카 코너가 생겼다. 정동진역을 오가는 유료 셔틀버스도 등장했다. 철도공사는 경강선 KTX 개통 후 열차와 연계한 여행패키지 상품 20여 개를 선보였다. 진부역에서 내려 버스로 평창 송어축제, 월정산, 대관령 양떼목장과 강릉 안목해변을 둘러본 뒤 다시 진부역에서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다. 아직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한 강릉 관광에 몰리지만 평창 올림픽이 시작되면 KTX를 타고 평창, 정선으로 향하는 여행객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레일은 이달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서울∼강릉 KTX 특가 상품 두 가지(넷이서 5만 원, 50% 파격 특가 승차권)를 2월 말까지 연장 판매한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