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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 육아지원보다 ‘아기는 나라가 키운다’ 발상을

저출산 대책, 육아지원보다 ‘아기는 나라가 키운다’ 발상을

Posted December. 27, 2017 07:27   

Updated December. 27, 201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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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지금이 심각한 인구위기를 해결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결혼 출산 육아가 여성을 억압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저출산위는 아빠가 엄마와 함께 육아에 참여하는 ‘평등 육아’와 사회적 돌봄 기능을 강화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의 저출산대책이 출산율 제고 등 수치 중심의 정책에서 ‘독박 육아’ 부담을 떠안아 온 여성의 삶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부 주도의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지만 11년이 지난 현재 출산 성적표는 세계 225개 국 중 219위다. 3차례에 걸친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으로 200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쏟아 붓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정책이 백화점식이었던 데다 실행의지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어제 저출산위가 정부 정책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본 것도 지금까지의 정책이 돈은 돈대로 쓰면서도 현실과 괴리돼온 점을 뒤늦게나마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는 아이 수인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이미 세계 최저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06∼1.07명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여성의 삶을 강조한 것은 출산 양육비용을 대주는 식의 저출산 대책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만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런 인식의 전환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정부 저출산극복 대책이 핵심도 육아휴직 활성화와 보육서비스 확대, 육아휴직제도 사각지대 해소를 통한 일-가정 양립정책이었다. 그러나 직장 여성이 육아휴직을 쓰려면 윗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문화에서 정부의 정책 따로, 현장의 고충 따로인 것이 육아휴직의 실태다. 이런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서 엇비슷한 대책을 포장만 바꿔 내놓는다면 또 다시 시간과 재정을 낭비하는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여성의 ‘독박 육아’를 막으려면 기업의 책임자들이 내 딸과 며느리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도록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 정부는 육아를 지원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아기는 나라가 키운다’는 발상의 전환을 하고 정책을 내야 한다. 일본도 1989년 합계 출산율 1.57명의 쇼크를 겪은 뒤 엔젤플랜, 신엔젤플랜, 저출산 플러스원대책 등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일본은 생산가능인구 1억 명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1억명 총활약 플랜’으로 저출산 위기 탈출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3700만 명 선인 생산가능인구를 끌어올리는 ‘4000만 총활약 플랜’이라고 내놓아야 할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