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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개국 중 219등 출산율…국가소멸이 다가온다

224개국 중 219등 출산율…국가소멸이 다가온다

Posted December. 04, 2017 08:42   

Updated December. 04, 20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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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이 올해 한국 합계출산율을 1.26명으로 추정하면서 분석대상 224개국 가운데 219위라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도 꼴찌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수다. 한국보다 이 비율이 낮은 나라는 싱가포르, 마카오, 대만, 홍콩, 푸에르토리코로 인구 2300만 명인 대만을 제외하면 모두 인구 1000만 명 이하의 소국(小國)이다. 나라다운 나라들 가운데서 실질적으로 꼴찌인 셈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데도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전체인구에서 생산가능 인구 비율이 높은 인구보너스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7년 올해부터 인구보너스 기간이 끝나고 인구절벽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개월 연속 두 자리 대를 이어온 신생아 감소율 탓에 올해 사상 처음으로 신생아수가 4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002년 신생아(49만2000명)가 50만 명 이하로 떨어진 뒤 15년 만에 40만 명 벽이 무너지는 것이다.

 육아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국 81개 군 중 지난해 신생아가 300명도 되지 않는 곳이 52개 군이다. 경남 남해군은 지난해 신생아가 140명인데 사망자는 722명이다. 저출산이 지방자치단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2006년 ‘인구 감소로 지구상에서 소멸할 국가 1호’로 한국을 꼽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콜먼 교수의 예상처럼 국가소멸이 현실화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저출산 경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2001년 합계출산율 1.3% 이하인 초저출산국가로 분류됐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라 124조 원의 적지않은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상황이 악화한 것은 이 부처, 저 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백화점식으로 내놓은 저출산 정책의 효과가 없었다는 걸 의미한다. 젊은 부부가 출산과 육아를 결심하는 데는 일자리와 주택 사정뿐만 아니라 일 가정 양립 환경, 남녀 육아 분담에 대한 인식 형성, 경쟁적인 교육환경 완화와 안전한 사회에 대한 기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긴 안목으로 정책을 세우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먼저다. 출산지원금 등 현금 몇 푼을 쥐어주는 1차원적 대응으로 아이를 낳을 사람은 없다. 내년 7월부터 5세 이하 어린이가 있는 집에 지원한다는 아동수당 10만 원으로 아이를 낳겠다고 할 부부가 얼마나 되겠는가. 정부는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에 출산율 제고를 두고 각 부처와 지자체별로 분산된 저출산 대책을 통합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북핵 위협 이전에 인구감소로 나라가 소멸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