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지진 대비하려면 ‘해저 단층’ 파악해야

지진 대비하려면 ‘해저 단층’ 파악해야

Posted November. 24, 2017 09:16   

Updated November. 24, 2017 09:59

中文

 15일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한반도 동남권의 양산 단층이었다. 양산 단층의 전체 크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울진 부근에서 시작해 포항 서쪽과 경주를 지나 양산을 거쳐 부산 서쪽으로 지나간다고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단층이 어디까지 뻗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해저 역시 육지와 마찬가지로 지하에 지층과 단층을 갖고 있는 만큼 양산 단층이 해저면까지 길게 뻗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 기상청,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동으로 2041년까지 1175억 원을 투자해 450여 개 단층을 조사한다고 7월 밝혔다. 그러나 바다 조사 계획은 빠져 있다. 해양수산부가 2019년부터 동남권 인근 바다부터 해저 단층을 조사할 계획이지만 아직 예산 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은 해저 단층의 중요성을 알고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바닷속 단층과 육지 단층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2008년부터 캘리포니아 해저면 지도 제작에 나섰다. 이 작업을 이끄는 새뮤얼 존슨 미국지질조사국(USGS) 태평양연안해양과학센터 연구원은 “해저 퇴적물과 단층을 조사한 자료가 더해지면서 캘리포니아 지역 지진 정보가 더욱 정교해졌다”며 “1906년 규모 7.8의 샌프란시스코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 향후 30년 안에 규모 6.7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14.4%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는 지진 위험지도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지역은 태평양판과 북미판이 맞닿는 곳에 있다. 북쪽에는 태평양판이 북미판 아래로 들어가는 섭입대가 있다. 남쪽에는 두 판이 미끄러지면서 생긴 거대한 단층인 샌앤드리어스 단층이 있다. 길이만 1400km가 넘는 샌앤드리어스 단층과 그 주변의 수많은 단층 때문에 작은 지진이 하루에도 10회가량 일어난다. 규모 7.0이 넘는 큰 지진도 110년 동안 육지에서만 12번 발생했다. 피해를 최소로 줄이려면 발생 가능한 지진 규모를 예상하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해저 단층 연구도 지진 정보를 더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대니얼 브러더스 USGS 연구원은 해저 단층을 연구해 미국 북서부 바다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자주 일어났던 이유를 밝혀냈다. 샌앤드리어스 단층 북쪽 지역은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자주 일어났는데, 이에 대한 원인으로 인근에 있는 퀸샬럿 단층과 페어웨더 단층이 지목됐으나 단층 크기에 비해 지진 규모가 커 이 지역에 지진이 일어나는 이유를 완전히 설명하진 못했다. 브러더스 연구원팀의 조사 결과 이 두 단층이 사실은 길이 900km에 달하는 하나의 거대한 단층인 것으로 밝혀졌다. 브러더스 연구원은 “세계 어디에서도 비슷한 단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활동적인 단층”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디아블로 캐니언 원자력발전소는 단층 조사 결과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예정보다 일찍 운영을 종료할 가능성도 생겼다. 발전소 앞바다 호스그리 단층을 조사하면서 발전소 운영에 문제가 될 만큼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 발전소는 본래 2025년 이후로도 운영될 예정이었다. 존슨 연구원은 “2015년 해저 단층 정보가 공개된 뒤 원자력발전소 운영 중지 요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 이후 한국도 해저 단층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 새롭게 발견된 단층 또한 해안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이 단층도 바닷속으로 뻗어 있을 수 있다. 공기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지표에 노출된 부분만으로 단층을 판단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비슷하다”며 “지진 원인과 예상 피해 정도를 제대로 알려면 단층 하나를 조사하더라도 전체 규모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