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멈춘 지 오늘로 두 달이 됐다. ‘도발 60일 중단’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언급한 조지프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시기를 맞추기라도 한 듯 어제 방한해 우리 정부와 북핵 해법을 논의했다. 또 유엔총회는 어제 새벽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말자는 휴전 결의를 채택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북한과 관련한 ‘중대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최근 미국의 움직임을 2개월 전과 비교해보면 한반도 정세는 사뭇 중대한 갈림길에 선 분위기다. 북한이 9월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은 각각 ‘북한 완전 파괴’와 ‘초강경 대응’ 같은 험악한 말폭탄을 주고받았다. 이후 미국의 무력시위에 겁먹은 때문일까. 북한은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여전하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선 북한군 병사가 탈출하는 과정에서 북측이 남쪽을 향해 총격을 가했고, 동해에서는 미국 항공모함 3척이 투입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됐다.
당장 관심은 베일에 싸여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성명’에 쏠려있다. 미국이 그간 유지해온 ‘최대의 압박’ 기조 아래 북한을 9년 만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일반의 관측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를 유보하면서 협상 국면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중 대북 발언 수위를 많이 누그러뜨린 데다 김정은의 ‘친구’가 될 가능성까지 시사한 점에 비춰보면 극적인 전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 국무부도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북-미 간 대화가 개시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북한이 도발 중단을 선언하고 그 약속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받기 전까지 섣부른 기대도 금물이다. 일각에서는 올림픽 휴전 유엔 결의를 계기로 그 기간과 겹치는 한미 키리졸브 군사훈련의 중단 또는 축소 주장이 나온다. 물론 군사훈련 일정 조정은 검토할 수 있겠지만 북한의 도발 중단을 연례적 군사훈련의 중단·축소로 보상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전쟁이 빈번했던 고대 그리스에서 올림픽을 개최한 것은 그 기간만큼은 서로 적대감을 버리고 평화를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이런 평화정신의 구현이 가장 시급한 곳이 바로 이곳 한반도다. 한반도 정세가 긴장에서 안정으로 바뀌지 않고서는 ‘평화 올림픽’이 될 수 없다. 유엔 휴전 결의는 북한도 반대하지 않은 만장일치 채택이었다. 북한은 더 늦기 전에 핵·미사일을 내려놓고 평화의 제전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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