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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 트럼프 난타… “시진핑-푸틴에 아무 말 못해”

美선 트럼프 난타… “시진핑-푸틴에 아무 말 못해”

Posted November. 14, 2017 07:33   

Updated November. 14, 20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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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은 ‘중국에 대한 저자세 외교’ 논란과 ‘러시아 스캔들’ ‘북한 설전’ 논란에 휘말리며 미국 내에서 평가 절하되는 분위기다. 환대에 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휘둘리고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자초하며 리더십을 상실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찰스 슈머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2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은 완전한 실패작”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과 중국에는 애완견(lap dog)처럼 굴었지만 동남아시아 친구들은 거칠게 대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기간 대중 무역적자 원인에 대해 “중국이 아니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전임 행정부들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돌리자 발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대와 겉포장만 화려한 ‘선물 보따리’에 취해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DNI)은 이날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레드카펫, 의장대 등 의전에 매우 민감한 것 같다”며 “중국인과 러시아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BBC방송도 “그(트럼프 대통령)를 왕처럼 대우하면 정중한 손님처럼 행동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시 주석 옆에서 비판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선 침묵을 지키던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뒤늦게 불공정 무역행위를 비판하고 다자 무역을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백악관은 국제사회의 북핵 공조 강화, 인도 태평양 지역의 개방과 자유, 미국의 번영이라는 3가지 목표별로 분류된 순방 성과 보도자료를 내놓으며 치적 알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미국 언론의 반응은 냉랭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위협에 전 세계가 결집할 것을 주장한 반면 통상 문제와 관련해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모순된 요구를 했다”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등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다가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홍콩은 이날 보호무역과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보란 듯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스텝이 꼬인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돋보이게 하고 중국의 기만 살려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발간한 ‘더 인터프리터’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만 더 위대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았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조종 가능한 인물로 인식됐을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긴 순방으로 피로감이 커진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력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해오던 멜라니아 여사가 돌아갔다고 해도 대통령의 태도가 이처럼 갑자기 바뀐 것을 설명하긴 어렵다”며 “보좌진은 부인하지만 71세의 트럼프 대통령이 피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