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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神의 방송사’인가

Posted November. 03, 2017 07:27   

Updated November. 03, 20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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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출입처에 나가는 KBS의 한 기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선배 기자 또는 PD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 보이지 않다가 정년퇴직 무렵에 나타난다.” 부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저런 식으로 인사관리를 하다니 정상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다.

 ▷감사원이 1일 공개한 KBS의 기관운영 감사결과에 따르면 KBS는 부·팀장 이상 간부를 맡을 수 있는 2직급(갑, 을)까지의 상위직급이 2765명으로 전체(4602명)의 60.1%나 됐다. 이 방송사 일반직원들은 제일 높은 관리직에서 시작해 1“7직급까지로 나뉘어 있다. 간부 사원이 훨씬 많은 ‘상체 비만, 하체 허약’ 조직이다. 상위직급 중 맨 아래 ‘2직급 을’의 작년 평균 보수가 1억700만 원. 상위직급 10명 중 7명은 맡을 보직이 없고 체육관 관리, 복리후생 상담과 같은 업무로 소일한다. 제작에서 제외된 간부 자리를 창가에 두는데서 ‘창가 족(族)’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갓 입사한 평직원이 하기에도 가벼운 업무를 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직장이 대한민국에 몇 곳이나 될까. 감사원 감사로 방만 경영 실태가 드러났기에 망정이지 시청자들이 모르고 넘어갈 뻔했다. KBS 아나운서 43명이 2014“2016년 회사 승인 없이 총 384차례 외부행사를 뛰어 8억6900여만 원을 챙겼던 사실도 드러났다. 공익 목적의 외부행사만 할 수 있게 한 내부지침은 휴지조각이었다. ‘도덕적 해이’가 도를 한참 넘었다.

 ▷KBS는 2008, 2014년에도 상위직급을 줄이라는 감사원 지적을 거푸 받았다. 감사원 지적을 비웃듯 2017년 2직급 이상은 오히려 늘었다. 매년 승진 인사를 해온 탓이다. 경영진은 노동조합의 반발을 핑계로 든다. KBS 인건비 비율(35.8%)이 SBS(16.1%) MBC(22.5%)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공영방송이라며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뻔뻔스러움에 기가 막힌다. “KBS는 질식사하기 전까진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라는 한 전직 이사의 한탄이 피부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