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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역할 강조한 대통령, 과거 적폐에서 일자리 미래로

국가 역할 강조한 대통령, 과거 적폐에서 일자리 미래로

Posted November. 02, 2017 07:32   

Updated November. 02, 20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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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429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통과를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사람중심 경제, 적폐청산, 한반도 평화정착을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대량 실업사태로 중산층이 무너진 현실에서 개인이 아닌 국가가 나서 경제, 사회, 국가혁신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이라는 단어를 70차례 언급한 데 이어 ‘경제’(39회), ‘국가’(25회), ‘나라’(14회)를 거론해 국민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강조했다. 적폐청산은 단 한차례 언급했을 뿐이다.

 지난 20년 동안 국민들은 무한 경쟁에 내몰렸고, 실패를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자녀교육에 몰입했으며,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구조에서 양보와 타협을 잊고 살았다는 대통령의 지적은 적실하다. IMF 이후 우리사회가 겪은 양극화로 성장과 통합이 가로막히고, 낡은 질서와 관행 때문에 좌절하고, 부당한 권력에 짓눌린 후유증을 집약한 것이다. 이제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 미래로 가자는 메시지의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 국민이 성장의 과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혁신적 경제정책을 추진하고 검찰개혁 등을 통해 부정부패를 척결하는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를 사람중심 경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는 경제의 외형이 커져도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는 불합리한 현실을 돌파할 수 없다. 대통령은 일자리 및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가지 축으로 세계가 고민하는 저성장 양극화 문제에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누적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대의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적 자유방임의 폐해를 노출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로 국가의 개입을 확대하려는 것이라면 자유와 경쟁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실천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한국 경제가 겪고 있는 양극화는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관치금융, 정경유착으로 시장경제의 기능이 오작동했기 때문이다. 큰 정부의 역할은 이런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람중심 경제를 추진하는 핵심 수단인 소득주도 성장은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하고 기업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초유의 실험이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외국과 교역이 없는 폐쇄경제에서나 가능하다.

 이번 예산안은 단순히 분야별 재원배분이 아니라 논란이 되는 정책과 맞물려 있다. 법인세 인상은 소비자와 근로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여지가 있고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의 양과 직결된 문제다. 공무원 증원과 각종 수당 확대 등으로 국가채무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국회는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각각의 쟁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