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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보유국’ 묵인하는 북-미대화는 안 된다

‘핵 보유국’ 묵인하는 북-미대화는 안 된다

Posted October. 02, 2017 07:33   

Updated October. 02, 2017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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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과 소통라인을 갖고 있다. 채널 2, 3개를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에) ‘대화하고 싶은가’ 묻고 살펴보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중재 역할을 하느냐’는 질문에도 “직접 한다. 자체 채널을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틸러스 장관 발언 직후 성명에서 “북한 당국자들은 비핵화 대화에 관심 있다거나 준비돼 있다는 어떤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이 북-미 간 소통 채널을 공개한 것은 가파른 대결 국면에서도 군사적 정면충돌 같은 최악의 위기는 피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그 나름의 위기관리를 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물론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와 함께 군사·경제적 봉쇄에 직면한 북한이 물밑 접촉을 통해 대화를 타진하면서 나타난 기류 변화일 것이다. 당장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코앞까지 날아든 미군 B-1B 전략폭격기에 위기감을 느낀 북한으로서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미국과 소통의 끈을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북-미 간 소통이 향후 본격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전격 전환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멈추면 상황이 많이 진정될 것”이라고 기대감도 높였다. 북한의 추가 도발 없이 위기의 10월 초를 넘기고 중순쯤 가동될 반관반민(半官半民)의 ‘트랙 1.5’ 대화와 뉴욕 직접 채널에서 대화의 모멘텀이 만들어지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내달 초 아시아 순방을 즈음해선 획기적인 국면 전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도발을 접은 것은 아니다.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평양 병기연구소에서 미사일 여러 발을 반출하는 등 추가 도발을 준비하는 징후가 우리 정보당국에 포착됐다고 한다. 북한은 앞으로도 대외적으로는 호전성을 과시하면서 물밑 접촉에선 대화를 구걸하는 전형적인 ‘대화와 도발의 병행’ 전술을 구사할 공산이 크다. 이를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을 흔들고 한미 간, 나아가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전선까지 흩뜨리려는 속셈이다.

 북한이 이런 위험한 게임을 계속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비핵화를 끝내 거부하며 종국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정권교체나 붕괴, 흡수통일, 침공을 하지 않겠다는 ‘4 노(No)’ 약속을 받아냈다. 여기에 핵 포기도 강요하지 않겠다는 보장까지 받아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우리가 북-미 대화를 환영만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더욱 강한 압박으로 북한을 옥죄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핵화 협상’으로 끌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