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태양전지 없이 태양 빛을 흡수해 뜨거워진 부분과 나머지 부분의 온도 차를 이용하는 온도차 발전 방식도 각광받고 있다. 일반 태양전지보다 훨씬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어 사람이 입는 의복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최경진 교수팀은 태양광과 열전 소자를 융합한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를 새롭게 개발하여 의복을 입고 다니기만 하면 전기를 생산해 스마트폰 등을 충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체온과 대기의 온도 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려는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피부와 대기의 온도 차가 섭씨 2도 정도에 불과해 웨어러블 열전 발전기의 상용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최 교수팀은 열전소자를 이용해 이 문제를 풀었다. 천과 같이 유연한 전자기판 가운데에 빛을 흡수할 수 있도록 비스무스 텔루라이트(Bi₂Te₃)라는 물질을 잉크 형태로 만들어 여러 겹 인쇄했다. 이렇게 만든 발전소자는 빛이 닿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온도 차가 최대 섭씨 20.9도까지 커졌다. 기존 열전 발전기보다 10배가량 큰 온도 차를 확보한 것으로, 의복을 입고 햇볕을 쬐기만 하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가 소형 웨어러블 전자기기를 위한 자가 충전 기술 실용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웨어러블 태양광-열전 발전기는 햇빛을 쬐어주는 것만으로 55.15mV(밀리볼트)의 전압과 4.44μW(마이크로와트)의 출력 전력을 나타냈다. UNIST 측은 “이는 10개의 소자로 실험한 수치이며 이 숫자를 200개 정도로 늘리면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하나를 켤 수 있게 된다”며 “성능을 더 높여 의복 전체에 활용하면 스마트폰 등 휴대형 전자기기를 충전할 정도의 성능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처럼 버려지는 에너지를 활용해 쓸모 있는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 하베스팅(수확)’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태양빛과 체온, 발바닥에 가해지는 압력 등 버려지는 에너지를 활용하려는 분야다. 백정민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올해 5월 29일 옷 입고 움직일 때 생기는 마찰력을 전기로 기술을 개발했는데, 기존 연구에 비해 전력을 20배나 많이 생산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특수 고분자 물질을 섞은 새 소재를 개발해 전력을 높였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