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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커버린 ‘방탄소년단’…서사의 강도는 약해졌네

빠르게 커버린 ‘방탄소년단’…서사의 강도는 약해졌네

Posted September. 20, 2017 07:56   

Updated September. 20, 20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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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급격했던 만큼 서사의 강도는 약해졌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과 힙합의 요소를 팝과 조화롭게 결합한 음악만큼은 단단하다.

 7인조 남성 그룹 방탄소년단이 18일 발표한 새 미니앨범 ‘LOVE YOURSELF 承(승) Her’는 그들의 달라진 위상을 적당히 반영한 음반이다. 큰 모험을 걸거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방탄소년단의 입지와 환경은 올 들어 급변했다. 나라 밖으로는 빌보드 뮤직어워즈 ‘톱 소셜 아티스트’ 수상(5월)이 보여주듯 해외 팬덤이 급성장했다. 이번 음반도 발표 14시간 만에 73개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에 올랐고 타이틀곡 ‘DNA’ 뮤직비디오는 한국 가수 중 역대 최단 시간(8시간 4분)에 유튜브 조회 수 1000만 건을 넘겼다. 나라 안에서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출신 남성그룹 워너원(8월 데뷔)의 급성장이 있었다.

 새 음반은 내년까지 미니앨범과 정규앨범 등 여러 형식으로 이어질 ‘LOVE YOURSELF’ 연작의 첫 작품이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후 줄곧 ‘학교 3부작’ ‘화양연화’ ‘WINGS’ 등으로 이뤄진 느슨한 서사를 갖춘 연작을 발표해 인기를 끌었다. 이들은 주로 청춘의 고통스러운 성장기를 또래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에 담아냈고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을 팬덤의 중력으로 삼았다.

 월드 스타에 다가설 만큼 다 큰 소년들에게 더 쓸 만한 성장 서사는 거의 남지 않았다. 고민 끝에 택한 주제는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라’다. 리더 랩몬스터는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알 수 있는 시대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어려워졌다. 우리도 우리를 온전히 사랑하는지 자신이 없지만 그 과정을 처음부터 고민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기승전결의 첫 단추는 기(起)가 아니다. 음반 제목의 ‘승(承)’은 멤버 슈가에 따르면 “사랑에 가장 몰입하고 있는 단계”다. 랩몬스터는 타이틀곡 ‘DNA’에 대해 “성장하는 소년들의 개인적 경험이기도 하지만 사회에 던지고픈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라고 했다. 멤버들의 주석을 통해 뭔가 있어 보이는 메시지는 가져가되 아이돌그룹 특성상 남녀간의 사랑이란 주제 역시 놓지 못했다. 음반 제목의 마지막에 ‘Her’(그녀)를 달았다.

 전문가들은 음악적 완성도는 높게 쳤지만 새 시리즈의 시작을 알릴만한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요소를 잘 배합해 나무랄 데 없는 음악과 영상을 만들었지만 전환점에 보여줄 큰 파격이나 성장을 얘기하기는 어려운 음반”이라고 했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사운드와 멜로디 메이킹이 깔끔하고 매력적인 부분을 많이 갖고 있으며, 자신들의 높아진 위상을 서사 소재로 삼은 점은 흥미롭다”면서 “SM이 아닌 기획사라도 아이돌의 서사를 음악과 영상으로 수준 높게 구현해낼 수 있다는 점을 방탄소년단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