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노트르담 드 파리’

Posted September. 01, 2017 07:20   

Updated September. 01, 2017 07:28

中文

 센 강이 가로지르는 파리 정중앙에 위치한 배 모양의 작은 섬, 시떼(Cit?). 이 시떼의 한복판에는 한 해 1400만명이 찾는 대성당이 있다. 노트르담이다. ‘우리들의(Notre)’와 ‘귀부인(Dame)’이란 두 단어가 합쳐져 ‘성모 마리아’를 의미한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직경 9.6m짜리 ‘장미의 창’, 2개의 높이 69m짜리 종탑 등은 중세 고딕 건축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1163년부터 192년 간 지어진 노트르담은 오랜 역사의 무대였다.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잔다르크의 명예 회복 재판(1455년)이 이뤄진 곳도, 신교도와 구교도였던 앙리 4세와 마르그리트 왕녀의 정략 결혼식(1572년)이 치러진 곳도 노트르담이었다. 그러나 종교보다 이성이 중시된 대혁명(1789년) 때는 수난을 겪어야 했다. 3개의 성당 출입문 위 한 줄로 죽 늘어선 28개의 성경 속 유대 왕 입상(立像)과 종(鐘)이 모조리 끌어내려져 산산조각이 났다.

 ▷노트르담을 오랜 잠에서 깨운 것은 1831년 출간된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일명 ‘노틀담의 꼽추’)였다. 이방인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꼽추 종(鐘)지기 콰지모도의 슬픈 사랑이 펼쳐지는 노트르담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세상’을 대변하는 곳이었다. 소설의 대흥행에 힘입어 노트르담은 1844∼1870년 전면적인 복원 작업이 이뤄졌다. 건축가 비올레 르 뒥은 원래 모습을 복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작물도 덧붙였다. 박쥐 날개와 용의 머리를 한 괴물 ‘가고일(Gargoyle)’ 조각상을 제각각 다른 포즈로 만들어 외벽 곳곳의 비죽비죽 튀어나온 빗물받이 위에 얹은 것. 위고의 소설에 등장하는 음산한 노트르담과 주인공 콰지모도의 기괴한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파리 대주교가 노트르담 전면 보수 공사를 위해 1억 유로(1345억 원) 목표의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노트르담 측은 “가고일과 고딕 양식의 아치형 구조물 등이 바스러지고 있어 보수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위고가 ‘돌의 거대한 교향악’이라고 표현했던 노트르담, 147년 만의 재단장 결과가 궁금하다.



조수진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