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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명분없는 대표 출마와 ‘중도의 길’

안철수의 명분없는 대표 출마와 ‘중도의 길’

Posted August. 04, 2017 07:14   

Updated August. 04, 201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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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어제 8·27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출마 이유에 대해 “결코 제가 살고자 함이 아니라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국민의당이 무너지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빠르게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극좌, 극우에 대비되는 ‘극중(極中)주의’라는 개념을 강조하면서 좌우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정당으로서 국민을 파고들기 위해서는 스스로 ‘당의 얼굴’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당을 살려여 한다는 안 전 대표의 절박함은 이해가 간다.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 이후 이도저도 아닌 정당으로 국민의 눈밖에 벗어난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제3당이 처한 운명이겠지만 자유한국당이 당내 사정으로, 바른정당이 미미한 존재감으로 제대로 된 야당 역할을 해내지 못 하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조차 균형을 잡아줄 제3당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다시 당의 창업주인 안 전 대표가 다시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다. 당의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 오너십을 가진 정치인이 대표를 맡는 일은 우리 야당사에서 왕왕 있었다.

 그럼에도 안 전 대표가 하필 이 시점에 당권 출마를 선언한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대선 기간 중도·보수의 표심을 모아 한때 문재인 대통령을 위협하기도 했던 그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도 밀려 3위를 했다.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후보가 져야 한다. 더구나 ‘제보 조작’ 파문으로 안 전 대표를 필두로 국민의당이 대국민사과문 발표한 것이 사흘 전이다.

 국민의당을 명실 공히 제3당으로 부상케 한 것은 좌우 양극단의 극한 대립에 질린 4·13 총선의 민의였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이후 탄핵정국을 거쳐 대선까지도 중도정당의 가치를 보여준 적이 없다. 안 전 대표와 ‘극’과 ‘중’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어까지 꺼내면서 중도의 가치를 강조한 것은 앞으로 중도정당의 길을 걷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왕에 대표로 나섰다면 중도의 길이 과연 무엇인지, 곱씹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