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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전쟁이냐 대화냐’ 갈림길에 한국이 안 보인다

北-美‘전쟁이냐 대화냐’ 갈림길에 한국이 안 보인다

Posted August. 03, 2017 10:31   

Updated August. 03, 201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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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어제 북한 정권교체나 붕괴, 군사적 공격은 미국의 목표가 아니라며 “어느 시점에 북한과 테이블 앞에 앉아 북한이 추구하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우리는 전진할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북한의 두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 이후 대북 강경론이 대두되는 와중에 나온 대화론이다.

 틸러슨 장관과 샌더스 대변인의 발언은 군사적 타격부터 직접 대화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대북정책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붕괴론·정권교체론, 미-중 빅딜론 같은 백가쟁명의 해법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화의 문은 아직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결단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의 잇단 도발은 미국을 더는 머뭇거릴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적어도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핵미사일의 실전배치는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대북 제재에만 매달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나 2007년 1차 북핵 실험 때의 경우에서 보듯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북-미 대화를 통한 극적인 타결로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막판 딜(거래)을 통해서라도 미국 본토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할지 모른다. 어쩌면 이미 비공식 채널을 통한 접촉에 나섰는지도 모른다. 6, 7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미 간 전격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대화보다는 행동’이란 메시지도 만만치 않게 흘러나온다. 당장 8월 하순 예정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시작되면 대결 국면은 불가피하다. 린지 그레이엄 미국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방치하느니 차라리 북한과의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2∼3주 안에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다급한 게임판에 정작 한국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북-미간 정면 대결이든, 극적 타결이든 그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한미 정상 간 전화통화가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해 “의제도 없는데 무조건 통화하느냐”고 반문했다. 지금 우리가 한가하게 아웃사이더 행세를 할 때인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