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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혈맹의 의미 다지는 문 대통령의 ‘동맹외교’

한미혈맹의 의미 다지는 문 대통령의 ‘동맹외교’

Posted June. 29, 2017 07:18   

Updated June. 29, 20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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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방문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한다. 장진호 전투는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호까지 북진했던 미군 해병 1만3000명이 중공군 12만 명에게 포위되면서 큰 피해를 입은, 6·25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다. 그때 미군이 엄청난 희생으로 중공군의 남하를 막아낸 덕분에 문 대통령 부모를 비롯한 20만 명의 북한 주민이 흥남부두에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월남할 수 있었다. 한미 혈맹(血盟)에 얽힌 문 대통령 가족사를 통해 동맹외교의 첫 발을 내딛는 상징적 행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워싱턴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깊은 의미가 담겼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각별한 예우로 문 대통령을 맞는다. 문 대통령의 방미는 국빈 또는 공식방문보다 의전이 간소화된 공식실무방문 형식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상견례를 겸한 환영만찬을 베푸는 등 배려했다. 두 정상 간 첫 만남을 우의와 신뢰에 기반을 둔 성공적인 회담으로 만들려는 국빈급 예우라는 게 외교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두 정상이 만나 나눌 대화가 가볍지만은 않다. 한미동맹 강화와 대북정책 조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 하나같이 민감한 의제다. 이미 양국 외교당국자 간에 사전 조율을 마쳤지만 껄끄러운 쟁점 현안을 두고 두 정상이 덕담만 나눌 수는 없을 것이다. 동맹관계라고 해서 모든 사안에 의견 일치를 볼 수는 없다. 이견을 조율하고 이를 토대로 공동 행보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동맹관계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나온 집권여당 대표의 돌출 발언은 실망스럽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한미동맹이 사드로만 맺어진 것도 아니고 사드가 없다고 70년 한미동맹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미 간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는 일은 없다는 정부의 거듭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에 여전히 부정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대통령의 동맹외교를 앞두고 여당 대표가 딴죽을 거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추 대표는 전날엔 “사드의 정치적 함의가 커져서 그것이 미중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고 남북 간에 오해가 있고 하다면 그 피해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대북 압박 노력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표시해왔고, 27일엔 중국을 인신매매 최악의 단계인 3등급 국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드 때문에 전쟁 날 수 있다는 얕은 인식은 한국 외교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굴기(굴起)는 패권전쟁 가능성을 높이고 동북아시아의 가장 약한 고리가 한반도라고 현실주의 국제정치 학자들은 진단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대국 간 패권 전쟁 속에 약소국이 살 길은 줄타기 외교가 아닌 동맹에 있음은 이미 세계 역사가 증명한다. 문 대통령이 동맹외교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