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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 학교 운영하기 싫다”... 상산고 이사장 격정토로

“이 나라에서 학교 운영하기 싫다”... 상산고 이사장 격정토로

Posted June. 20, 2017 07:15   

Updated June. 20, 201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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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공약인 자사고와 외고 폐지 움직임과 관련해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이 18일 “정부는 사립학교를 자기 호주머니 속 물건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 나라에서 사립학교 운영하기 싫다”고 개탄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서 대학을 안 나오면 자립이 안 되니 경쟁과 사교육이 심해지는 건데 정부가 해결 못하는 사회적 문제를 자사고 때문이라 왜곡하느냐”고도 비판했다. ‘수학의 정석’의 저자인 그는 2003년부터 평생 모은 돈 439억원을 인재양성에 쏟았으나 그간의 피땀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홍 이사장은 자사고를 사교육 과열의 주범처럼 몰고 가는 정부를 향해 울분을 토로했다. 학생들도 마음대로 못 뽑게 해놓고서 학교와 학생이 열심히 노력해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것까지 폄훼하느냐는 항변이다. 특히 자사고 같은 특목고가 폐지되면 가난하지만 우수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주어졌던 사회적배려대상자의 교육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개천에서 용 나는 길이 막히는 셈이다. 홍 이사장은 상산고가 일반고가 되면 무용지물이 되는 기숙사를 “텅 빈 상태로 거미줄 치게 놔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육백년대계를 우습게 알고 교육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꾼 사람들이 만든 정책실패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외고·자사고 폐지론이 실행될 조짐을 보이면서 교육현장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폐지 반대 성명 발표와 집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전국 자사고 교장협의회는 반대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작 이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한 인사들은 자신의 자녀를 외고 자사고에 보낸 사례가 수두룩하다. 이들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외고 자사고 폐지를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해법인양 내세운다. 하지만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의 적으로 매도하는 이분법으로 과연 일반고 위기론을 잠재우고 고교 서열화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고·자사고가 폐지된다면 수월성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이 강남 8학군과 과학고등으로 몰려가면서 또 다른 입시 경쟁이 벌어질 것은 뻔하다. 바람직한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사들이 전교조의 든든한 보호막 아래 무풍지대에 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고만 없앤다고 무슨 교육 경쟁력이 높아지고 어떻게 바닥으로 추락한 공교육의 신뢰가 높아진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외고 자사고 폐지 외에도 수능 내신 절대평가, 학업성취도 평가 사실상 폐지 등 경쟁에 반하는 평등교육을 강조한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매년 재학생들의 성적과 대학진학률 등을 따져 2만2000개 공립고의 순위를 매기는 있는데 우리는 경쟁 자체를 죄악시하면서 하향 평준화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획일화를 통해 경쟁 자체를 무력화할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풍토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의무란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