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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땐 지방서 돈 싸들고 올라와 하루에 사고 팔아”

“盧정부땐 지방서 돈 싸들고 올라와 하루에 사고 팔아”

Posted June. 17, 2017 07:19   

Updated June. 17, 20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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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오전에 집을 사서 그날 오후에 2000만 원 더 붙여 파는 사람도 많았죠. 하지만 요즘은 장기 투자가 대부분이에요.”

 부동산 열풍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에서 2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해온 ‘부동산 터줏대감’들은 참여정부 초기와 최근의 시장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남구 개포동 굿모닝 공인중개사무소 황화선 대표(55·여)는 참여정부 당시 분위기를 “그날 사서 그날 파는 게 유행이다 보니 법이나 세금 제도도 모른 채 집 사겠다고 덤비는 사람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25년째 영업 중인 김동성 청자 공인중개사무소 대표(60) 역시 “단타 이익을 노린 사람들이 단체로 승합차를 타고 와서 아파트를 쓸어갔다는 얘기가 돌았을 정도로 투기 수요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단기간의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노후 대비를 위해 장기적인 임대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이들은 전했다. 김 대표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투자자들이 30, 40대 학군 수요자들을 찾아 오랫동안 전세나 월세를 놓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시장 과열에는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수도 이전 등으로 풀린 보상금 영향이 컸다. 보상금을 받은 지방 투자자들이 강남에 집을 사겠다며 몰려든 것이다. 황 대표는 “지방에서 돈다발을 싸들고 올라오는 사람이 많아서 ‘화폐개혁이 일어나려나’ 하는 우스갯소리까지 돌았다”고 전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주택 수요를 서울에서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해 푼 보상금이 결국 다시 강남으로 돌아와 투기 자본이 됐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팰리스 공인중개사무소의 김성일 대표(63)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꺼진 집값이 회복기를 맞은 게 참여정부 당시”라며 “가격이 한참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돈 좀 있는 사람들은 죄다 강남으로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파트 값이 최고점을 찍었다고 보는 집주인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개포동 황 대표는 “최근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30년 넘게 갖고 있던, 손바뀜이 없었던 ‘깨끗한’ 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참여정부 때 5억∼6억 원가량 했던 강남 집값이 지금은 14억∼20억 원까지 오른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강남의 베테랑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정부 규제를 앞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다르다고 전했다. 잠실동 김 대표는 “참여정부 당시는 규제가 예고되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거래를 마치려고 조급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아무리 시장을 조여도 결국 오를 곳은 오른다는 학습효과 때문인지 훨씬 느긋하다”고 전했다.

 대치동 김 대표는 “참여정부 때 부동산 정책을 만들었던 당국자들이 이번 정부에서도 비슷한 정책을 내놓는다고 하니 지금도 10년 전처럼 시장이 잠깐 주춤했다가 살아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요즘엔 스터디그룹까지 만들어 공부할 정도로 부동산 전문지식을 습득한 영리한 투자자가 많아졌다”며 “이들은 정부 대책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자체적으로 분석해 대처한다”고 분석했다.



강성휘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