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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 폭탄과 투명망토

Posted June. 15, 2017 08:26   

Updated June. 15, 201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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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공각기동대’에서 주인공(스칼렛 요한슨)이 물이 잔뜩 고인 건물 옥상에서 용의자를 추적하는 순간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주인공이 발을 딛는 곳마다 물이 사방으로 튀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투명 수트때문이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마법 도구 중 단연 최고는 ‘투명 망토’다. ‘투명’이란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시도가 국내외에서 활발하다. ‘메타 물질’ 개발이 그것이다.

 ▷메타물질은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굴절시켜 물체를 휘어져 지나가게 해 빛이 물체를 통과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13일 연세대 텀블러 폭탄사건 피해자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는 2014년 미국 연구진과 함께 고성능 투명 망토를 실험적으로 구현해 관심을 끌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물질을 잠수함에 코팅하면 음파를 통과해 탐지가 어렵고 콘서트홀 기둥에 바르면 소리를 그대로 통과시켜 멀리서도 웅장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영화 어벤저스에서 구현된 ‘투명 비행선’도 가능하다.

 ▷이번 사건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배달물 위장’ 폭발물 범죄라는 점에서, 명문대 공대 대학원생이 스승을 표적 공격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제자 김 씨가 만든 폭탄은 지난달 22일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 자살폭탄테러에서 영감을 받은 ‘못 폭탄’으로 IS(이슬람무장조직)가 애용하는 것이다. 김 씨는 사전에 교수 일정 파악은 물론 알리바이를 위해 연구실 3D프린터까지 켜놓고 귀가하고 만약을 대비해 실험실 동료 텀블러로 폭탄을 제조했다.

 ▷인터넷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며 제자를 옹호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대학가 익명 게시판에는 “교수들 패악질 생각하면 폭탄 맞아도 싸다” “나도 교수 죽이고 싶을 때가 있었다”며 ‘교수 갑질’ 폭로가 한창이다. 일각에선 김 교수의 ‘천재성’과 그에 걸맞는 성격에 상처를 받은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목숨을 위협하는 폭발물 테러를 옹호하는 말들이 떠도는 것도 공동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