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꿈의 극장’ 라스칼라 달군 절창의 노래와 연기...모차르트 ‘돈 조반니’

‘꿈의 극장’ 라스칼라 달군 절창의 노래와 연기...모차르트 ‘돈 조반니’

Posted June. 09, 2017 07:08   

Updated June. 09, 2017 07:24

中文
 패션의 도시, 두오모 대성당,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들이다. 클래식, 오페라 팬들은 다른 단어가 생각날지도 모른다. 바로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 중 하나인 라스칼라 극장이다.

 밀라노 중심가에 위치한 이 극장은 1779년 세워졌다. 베르디의 ‘오베르토’, 푸치니의 ‘나비부인’과 ‘투란도트’,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 등 수많은 오페라들이 초연됐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꿈의 극장이다.

 사실 라스칼라 극장의 외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 프랑스 파리오페라극장에 비하면 수수하고 평범하다. 이곳이 오페라극장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쉽다. 1층 객석을 제외하면 대부분 둥근 말발굽형의 6층 규모 박스석이 3600여 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내부를 보기 위해 매일 극장 안을 둘러볼 수 있는 투어도 마련돼 있다. 극장 3층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는 것이 전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9유로(약 1만1000원)도 비싼 편이지만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로 인기다.

 라스칼라 극장의 알렉산데르 페레이라 예술감독은 “라스칼라 극장은 지휘자와 성악가는 물론 연출가에게도 꿈의 무대다. 800여 명의 스태프가 일하고 있고 1년에 오페라, 발레 등 300회 정도의 공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현지 시간) 라스칼라 극장에서는 한 달 전부터 무대에 올랐던 오페라 ‘돈 조반니’의 마지막 공연이 열렸다. 연출가 로버트 카슨의 작품으로 2011년 라스칼라 극장에 오른 뒤 6년 만의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은 50% 할인해 한 달 전부터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오자 극장 밖은 슈트와 드레스를 한껏 차려입은 현지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밀라노에 사는 매니 칼란드로 씨는 “밀라노 사람에게 라스칼라 극장의 공연은 일상이다. 특별한 날이면 오는 것이 아니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NHK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파보 예르비(에스토니아)가 객원 지휘자로 라스칼라 극장에 데뷔했다. 또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공연을 가졌던 세계적인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미국)의 라스칼라 극장 오페라 데뷔 무대이기도 했다.

 극중에서 배우로 등장하는 바람둥이 돈 조반니가 등장해 12m 높이의 무대 커튼을 아래로 잡아당겨 떨어뜨리는 시작은 시각적 쾌감을 선사했다. 무대를 꽉 채우는 펄럭이는 거울과 라스칼라 극장의 커튼과 앞부분을 여러 비율로 프린트한 세트를 사용해 무대와 객석의 공간을 허물었다. 특히 배우들이 객석으로 가서 노래를 하거나 연기를 하고, 발코니에서도 배우가 등장해 관객도 무대 위의 배우로 만들었다.

 다국적 성악가들로 이뤄진 조합은 꽤 훌륭한 시각적·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했고, 특히 바람둥이 역할에 딱 맞는 햄프슨의 설득력 있는 연기와 노래가 여운을 길게 남겼다.

★★★★(★ 5개 만점)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