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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처음 찾은 러 군함…中-러 ‘신밀월 시대’ 과시

홍콩 처음 찾은 러 군함…中-러 ‘신밀월 시대’ 과시

Posted June. 07, 2017 08:49   

Updated June. 07, 20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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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도탄 순양함 바랴크함 등 러시아 군함 2척이 처음으로 홍콩에 기항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미국 군함은 여러 차례 홍콩을 찾았지만 러시아 군함은 처음이어서 중-러 밀월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바랴크함과 군수지원함 페첸가함은 부산, 필리핀 마닐라, 베트남 깜라인만, 태국 사따힙, 싱가포르 등을 거쳐 전날 홍콩 카이탁 크루즈터미널에 입항했다. 바랴크함은 홍콩 주민들에게 선상을 개방하기도 했다.

 알렉세이 율리아넨코 바랴크함 함장은 “이번 방문의 주목적은 홍콩을 포함해 중국과 해군 협력을 강화하고 승무원에게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 승무원들이 지역 내 평화와 안전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양국 간 우호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의 콜린 코 해상안보 전문가는 “이번 러시아 군함의 홍콩 기항은 러시아가 남중국해를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위상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구소련의 절정기에 비해서는 뒤처지지만 러시아가 유럽과 지중해뿐 아니라 아태 지역에서도 여전히 강대국이라는 사실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러시아 군함의 홍콩 기항을 허용한 배경도 관심을 끈다. 미국이 일본 호주 등과의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데다 남중국해에서 일본의 개입이 커지면서 중국도 아태 지역에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협력 필요성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잠시 나온 미-러 밀월 가능성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군사전문가 저우천밍(周晨鳴)은 “바랴크함은 현대 군사기술 면에서 앞서 있지는 않지만 필리핀과 베트남 등 중국과 해양 이권을 다투는 국가들에는 여전히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1989년 구소련 해군에 배치된 바랴크함은 대함 대잠수함 대공 무기를 장착하고 있으며 520명의 승무원을 태운 채 최고 32노트로 항해할 수 있다. 러시아 옛 조상의 이름에서 따온 ‘바랴크’는 20세기 초부터 주요 군함에 사용돼 왔다. 중국은 구소련이 건조하다 중단한 바랴크라는 이름의 6만5000t급 항공모함을 사들여 개조한 뒤 첫 항모인 랴오닝(遼寧)함으로 쓰고 있다.



구자룡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