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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힘

Posted June. 06, 2017 06:59   

Updated June. 06, 20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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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영국 태생의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1933∼2015)가 삶의 끝자락에서 남긴 글은 여운이 길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을 펴낸 색스는 의학계의 계관시인으로 불렸다. 196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리처드 파인만(1918“1988) 역시 베스트셀러 저자로 유명하다. 그가 과학의 울타리를 넘어 대중에게 다가선 것도 글 솜씨 덕분이다.

 ▷이들은 문재(文才)를 타고 났겠으나 인문계든 이공계든 ‘전공 불문’ 글쓰기를 길러주는 영미 대학교육의 수혜도 받았을 터다. 하버드대가 신입생 대상 글쓰기 프로그램을 의무화 한 것이 1872년. 20년간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낸시 소모스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자기 분야에서 진정한 프로가 되려면 글쓰기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어느 분야로 진출하든 글쓰기가 미래 경쟁력이란 의미다.

 ▷이 대학의 분야별 글쓰기 가이드북 가운에 생명과학 편은 왜 글쓰기가 중요한지 이렇게 설명한다. ‘실험노트를 작성하고 연구제안서를 쓰고 연구논문 형태로 스토리를 얘기하는 것 모두 과학적 사고에서 없어선 안 된다.’ 한국은 어떤가? 서울대가 ‘글쓰기 지원센터’ 설립추진을 밝힌 것이 불과 두 주일 전이다. 앞서 발표된 자연과학대 신입생 253명 ‘글쓰기 능력 평가’는 충격적이었다. 3명중 1명은 70점 미만에, 65명은 정규 글쓰기과목 수강조차 힘든 수준이었다.

 ▷휴대전화 문자, e메일 등 글을 통한 의사소통은 늘고 있다. 하지만 단문 아닌 장문으로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은 우리나라에선 거꾸로 가는 것 같다. 몸의 근육을 키우려면 운동이 필요하듯 생각의 근육을 키우려면 글쓰기가 최고의 방법이다. 글쓰기와 사고력은 자전거의 두 바퀴와 같다.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신문을 날마다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모스 교수는 “짧은 글이라도 매일 써보라”고 조언한다. 자기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