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모란봉악단 공연과 남북회담 깬 김정은의 변덕통치

모란봉악단 공연과 남북회담 깬 김정은의 변덕통치

Posted December. 14, 2015 07:18   

中文

모란봉 악단은 김정은의 지시로 2012년에 창단된 북한판 걸그룹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5월 이 악단의 노래를 몇 천만 톤의 식량에도 비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라고 치켜세웠다.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 악단의 첫 해외공연이 시작 직전에 돌연 취소됐고 단원들은 모두 귀국했다. 김정은이 직접 철수를 지시했을 것으로 보여 북-중 관계에도 외교적 파장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공연 취소에 대해 중국 언론은 소통연결에 원인이 있었다고 보도했지만 해석이 분분하다. 김정은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을 중국이 불쾌하게 여겨 정치국원에서 부부장급으로 공연 관람 고위인사의 급을 몇 단계 낮추자 김정은이 발끈했다는 관측이 있다. 김정은 집권 후 냉랭해진 관계를 풀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해 추진한 행사가 막판에 취소된 마당에 김정은의 방중도 쉽게 성사될 것 같지 않다. 올 10월 중국 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으로 관계개선 조짐을 보였지만 북-중관계가 다시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돌아갔다. 특히 북의 수소폭탄이 갈등의 단초가 된 것이라면 북핵 문제가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날 개성에서 열린 남북 당국회담도 남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일방적으로 깼다. 김정은은 국내에선 제 멋대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북중관계나 남북관계에서도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도자로서 역량의 한계를 드런낸 것이다. 북이 남북 당국회담에서 금강산관광 재개를 집요하게 요구하며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시킨 것은 오직 돈에만 관심이 있다는 얄팍한 속셈이 엿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2년 전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잔혹하게 처형해 세계를 전율케 한 날이다. 국제사회의 규범과 관례를 무시하는 김정은의 예측불가능성과 잔인함이 도를 한참 넘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2년 연속 북한 인권문제를 상정해 비판하는데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면 세계가 겁을 먹고 북이 원하는 것을 내놓을 것으로 착각할지 모르나 세계가 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중국, 한국과의 관계도 개선하지 못하면서 북이 고립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북중관계가 꼬이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김정은의 번덕 통치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