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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의 도쿄대첩

Posted November. 21, 20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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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는 어게인 1982라는 구호가 있다. 야구팬이라면 1982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의 한일 결승전을 잊지 못한다. 7회까지 0-2로 끌려가던 한국은 8회초 김재박의 개구리 스퀴즈 번트로 동점을 만들어 낸 뒤 한대화가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려 5-2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4강 한일전에서 한국이 거둔 9회초 역전승의 감격도 결코 그때 못지않았다.

올해 처음 열리는 국가 대항전 프리미어12는 종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달리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빼고 세계 상위 12개 국가대표 야구팀이 맞붙는 대회다. 미국팀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주최 측 일본에서 자기들이 우승하려고 만든 대회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올해 저팬시리즈에서 한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MVP로 뽑힌 이대호가 역점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자 일본 야구의 심장인 도쿄돔은 찬물을 뿌린 듯 침묵에 빠져들었다.

한국의 한 누리꾼이 야구를 왜 인생이라고 하는 줄 알겠다. 이 경기는 진짜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을 준 스포츠 이상의 드라마다. 힘든 일 겪는 분들 경기 보고 모두 희망을 가지셨기를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난 8회말 0-3으로 뒤지고 있다가 9회초 경기가 막 시작되는 순간 친구들과 함께 한 호프집에 들어섰다. 호프집은 순식간에 열광의 부산 사직구장처럼 달아올랐다. 청년들이 헬조선(지옥의 한국)을 자조하는 우울한 분위기를 모처럼 날려버린 순간이었다.

한국팀은 역대 최악의 상황에서 출범했다. 단기전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투수진은 도박 스캔들 등으로 최약체였다. 일본은 한국팀이 대만과 일본을 오가도록 일정을 짰고 준결승 날짜도 갑자기 앞당겼다. 그러나 국제무대 지휘 경험이 풍부한 김인식 감독은 일본의 꼼수에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은 병역 혜택도 없는 이 대회에서 승부욕을 불태웠다. 야구는 9회부터임을 체험으로 아는 백전노장()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데 누가 포기하겠는가.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