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8일 레바논 원정경기 11년간 승리 못한 징크스 탈출 다짐

과거의 실패를 왜 지금의 대표팀과 연관시키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과거의 팀과) 다르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61)이 3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라오스전에서 8-0의 대승을 거둔 뒤 기자회견 때 한 말이다. 다소 짜증이 섞인 말투였다. 레바논과의 원정 경기(8일 오후 11시한국 시간)에서 대표팀이 한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지난 1년 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며 레바논 원정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레바논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3위로 한국(57위)보다 한참 아래다. 한국은 레바논과의 역대 전적에서 7승 2무 1패로 크게 앞선다. 하지만 레바논 원정으로 범위를 좁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은 역대 4차례 레바논 원정길에 올라 1승 2무 1패를 기록했다. 2004년 10월 이후 최근 3경기에서는 2무 1패로 승리가 없다. 2011년 11월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에서는 1-2로 패해 당시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레바논 원정 경험이 있는 이청룡(27크리스털 팰리스)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지만 (레바논전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국이 레바논 원정에서 이긴 건 1993년 5월 미국 월드컵(1994년) 1차 예선 때 1-0으로 승리한 게 마지막이다. 레바논이 안방 경기에서 모든 팀에 강한 면모를 보인 건 아니다. 레바논은 2011년 이후 안방에서 치른 A매치 29경기(9승 8무 12패)에서 패한 경기가 더 많다. 하지만 한국은 경기장의 거친 잔디 상태와 상대 선수들의 눈을 겨냥해 레이저를 쏴 대는 수준 이하의 홈팬들 때문에 레바논 원정에서 애를 먹었다.

이번 대표팀 23명 중 2011년 11월 레바논 원정 당시 멤버는 모두 6명. 구자철(26) 홍정호(26이상 아우크스부르크), 곽태휘(34알 힐랄),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 홍철(25수원),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4년 전 패배의 설욕을 노린다. 지난달 9일 끝난 동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의 골 결정력 부족이 거론되자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이나 구자철이 대표팀에 오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3일 라오스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23토트넘)은 소속 팀 이적 절차 마무리를 위해 레바논전에서 뛰지 않는다. 그 대신 소속 팀 이적 문제로 라오스전에 결장했던 구자철이 5일 레바논 현지에서 대표팀에 합류한다. 구자철은 이번 대표팀 중 레바논전에서 골 맛(2골)을 본 유일한 선수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