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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전승절의 박 대통령, 외교 후유증 상쇄할 실리 챙기라

중 전승절의 박 대통령, 외교 후유증 상쇄할 실리 챙기라

Posted August. 21, 201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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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국익을 고려한 결정이라지만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관계의 측면에서 파장과 후유증도 우려된다. 청와대가 어제 박 대통령 방중을 발표하면서 전승절 행사의 핵심인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제반 사항을 파악하면서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낀 것도 미중 양국 사이에서 복잡한 외교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실적으론 박 대통령이 열병식까지 참관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3일 오전 톈안먼 광장에서 전승절 기념사를 한 직후 열병식이 거행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행사 도중에 퇴장하는 것은 경호와 의전 면에서도 쉽지 않다. 청와대는 당초 625 때 우리의 적군이었던 인민해방군이 대규모 병력과 무기를 동원해 군사 퍼레이드를 펼치는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시각이었으나 중국이 참석을 강력히 요청하면서 고심 중이다. 박 대통령이 열병식까지 참석할 경우 미국의 서운함도 감수해야 하고 국내 보수세력의 반발도 의식해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열병식 참석을 검토한다면 외교적 손실을 상쇄하는 실익을 챙겨야 정당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다짐을 이끌어 내고 장차 통일과 관련해서도 협력과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선 한중이 공동 보조를 취하더라도 동북아 협력이라는 대국적인 견지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체제의 한반도 배치가 안보 면에서 불가피하다면 시 주석을 차제에 설득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박 대통령은 서방 국가의 지도자로선 처음 전승절 참석을 결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중국과 가까운 몇몇 국가의 지도자들이 참석한다지만 중국으로서는 박 대통령이 나라의 체면을 높여주는 중요한 참석자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현실적인 제약과 부담을 무릅쓰고 중국을 찾는 만큼 시 주석도 한중 관계의 발전에 성의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방중의 성과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 외교를 모색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