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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속편에 미 발칵

Posted July. 14, 201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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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간으로 14일(한국 시간 15일) 전 세계 동시 출간을 앞둔 앵무새 죽이기(정확히는 흉내지빠귀 죽이기)의 속편 가서 파수꾼을 세워라(사진)의 내용에 미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앵무새 죽이기에서 미국적 양심의 파수꾼과 같은 존재로 그려졌던 정의로운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가 20년 뒤 편견덩어리 인종차별주의자로 변신해 등장하기 때문이다. 애티커스는 1962년 제작돼 아카데미 영화상을 받은 동명 영화에서 그레고리 펙의 연기를 통해 불멸의 이미지를 부여받았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퍼 리(89)가 앵무새 죽이기를 쓰기 2년 전에 먼저 완성한 가서 파수꾼을 세워라는 앵무새 죽이기의 20년 뒤를 다룬 작품. 전작에서 6세 말괄량이였던 진 루이스 핀치(별명 스카우트)는 뉴욕에서 살다 고향 앨라배마 메이컴으로 돌아온 20대 중반의 처녀다. 그녀는 거기서 자신의 어린 시절 영웅이던 아버지 애티커스가 70대 노인이 되면서 인종차별주의자로 변한 것을 발견한다. 그는 심지어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의 회합에 다니고 인종차별 제도의 폐지를 반대하는가 하면 깜둥이가 차떼기로 우리 학교, 우리 교회, 우리 극장에 오면 좋겠느냐고 따져 묻는 편견덩어리로 바뀌어 있다. 그렇게 변한 아버지에게 느끼는 스카우트의 절망은 고스란히 독자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가서 파수꾼을 세워라를 읽는 것은 큰 실수라는 서평을 냈다. 뉴욕타임스는 가서 파수꾼을 세워라 같은 습작에서 앵무새 죽이기 같은 걸작을 끌어낸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한 편집자 테레즈 폰 호호프를 더 주목해야 한다는 서평을 냈다. 하퍼 리가 55년 만에 발표한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CNN은 고전작품 죽이기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접한 독자들의 트위터 반응을 포착했다. 앤드루 헤들리라는 독자는 핀치를 인종주의자로 만든 생각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 E.T.의 속편에서 ET가 (주인공 소년) 엘리엇의 얼굴에 주먹질하고 용돈을 빼앗게 하는 것과 같다고 분노했다. 크리스라는 독자는 8학년(한국 중2) 때부터 상상 속의 남편으로 삼아온 사람이 인종주의자가 되다니 내 어린 시절 전체가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래도 하퍼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복잡하고 가슴 아픈 곳임을 일깨워 줬다(조스 테일러 올슨), 나는 애티커스가 인종주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순 없지만 하퍼 리는 우리 모두를 좀 더 깊이 생각하게 해줬다(차니 파머)와 같은 긍정적 독자 반응도 나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