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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사과없이 세계유산 등재는 침략 미화"

"일 사과없이 세계유산 등재는 침략 미화"

Posted July. 04, 201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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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제징용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 독일 본의 유네스코 총회장에서 사과 없는 등재 반대를 알리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모임은 3일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총회가 열리고 있는 독일 본 세계콘퍼런스센터 회의장 앞에서 각국 대표단을 상대로 강제징용에 대해 홍보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 하시마(일명 군함도) 탄광 등에 동원된 강제징용 피해자의 증언을 담은 현수막과 배너용 선전물을 걸고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하시마 탄광 한 곳에서만 조선인 약 600명이 강제 동원돼 가혹한 노동을 강요당했다.

모임 측은 식민지 백성에게 강제 노역을 시켰던 참혹한 역사에 대한 사죄 한마디 없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다면 이는 침략주의를 미화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세계인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캠페인은 사전 집회 신고를 통해 독일 당국의 허가를 받았으며 1970년대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온 지화순(66), 신정희 씨(61) 등 재독 동포 50여 명도 레버쿠젠 등지에서 본까지 찾아와 홍보 활동을 함께 했다. 김현진 전 독일 본 한인회장(68)은 본에는 교민이 많은 편이 아닌데 소식을 듣고 먼 곳에 계신 분까지 달려와줘 고맙다고 말했다. 모임은 CAIRA문화재환수연대와 함께 세계유산위원회 총회가 끝나는 8일까지 활동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일본 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논의는 4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시작될 예정이다. 한일은 지난달 21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등재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모색하자고 원칙적 합의를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이견이 여전하다. 강제징용 역사를 어떻게 표기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양측 모두 표결까지 가지 말고 합의점을 찾자는 생각이지만 외교 소식통은 여전히 미세조율(fine-tuning)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등재 결정에 의견진술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막판 교섭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은 1, 2일 잇달아 김홍균 외교부 차관보를 비공개로 만나 협의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