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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는 사스와 다르다" 는 대통령

Posted June. 08, 201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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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5일 메르스 환자 격리치료를 하고 있는 국립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메르스 양상이 사스하고는 다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사스의 경우엔 중국이나 동남아에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그런 질병 유입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이번 메르스는 내국인에 의해 그 어떤 질병이 유입된 후에 의료기관 내의 여러 접촉을 거쳐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며 대응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때의 사스 대응과 비교해 현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를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2003년에는 주변국들에 사스가 광범위하게 퍼졌기 때문에 정부가 초기부터 범정부 대책반을 꾸려 강력히 대응했지만 메르스는 멀리 중동에서 발생한 병이라 경각심을 덜 가졌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 환자가 발생한 뒤에도 20일 가까이 컨트롤 타워 없이 우왕좌왕한 데 대해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메르스는 국내 환자가 발생해 사스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라면 더 이상하다. 2003년보다 위급한데도 정부 대응 수준은 훨씬 낮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사망자와 3차 감염자가 발생해 비상시국으로 접어든 2일에도 전남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했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의 경우 우리가 이전에 경험을 한 번도 못해봤던 감염병이라고 했는데 사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메르스는 사스와 비슷한 바이러스인 데다 2012년부터 알려진 병이었다.

뒤늦게 방역 현장을 찾은 대통령의 말은 실망스러웠다. 정부의 잘못을 포함해 국가 운영에 책임을 지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변명하고 다른 사람을 비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TV에 등장한 다음 날 급히 방역 현장을 찾아가 지방자치단체가 독자 행동하면 혼란만 일으킨다고 말한 것을 야당 출신 서울시장에 대한 견제로 본다면 억측일까. 429 재보궐선거 직전 성완종 게이트가 터졌을 때 박 대통령이 3년 전 대선자금은 모른 척하고 10년 전 특별사면만 비판했던 모습이 겹쳐진다.

신 연 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