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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평가하고 지시만 하는 자리인가

대통령은 평가하고 지시만 하는 자리인가

Posted May. 05, 201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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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짜리도 못된다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여야 합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해서 당초 약속한 처리 시한을 지킨 점은 의미가 있지만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기로 한 데 대해서도 국민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먼저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마치 담임선생님 학생 점수 매기듯 지적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가경제와 미래와 후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여야가 재정절감 효과도 미미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두 배로 올릴 연계안을 덥썩 합의하는 바람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온다. 이행 기간이 20년에 이르는데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장기적 통합이라는 당초 목표에는 근접도 못했다. 이런 합의에 대해 대통령이 남의 일 이야기하듯 평가와 지적만 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뒤 건강 문제로 1주일간 휴식을 취하다 어제 처음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이 병상에 있는 사이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은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수차례 대책회의에서 강한 재정절감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대통령의 뜻을 전했으나 밀렸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외국에 나가기 전에 당지도부와 만나거나, 외국에 나가서라도 전화를 하거나 아니면 국민 앞에 나서 물러설 수 없는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그런 노력도 없이 대통령이 준 시한에만 매달린 여당 지도부가 야당과 야합하다시피 합의한 내용을 놓고 뒤늦게 논평 정치를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어제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인들이 국민 염원을 거스르는 것은 개인 영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여야 대표가 대권행보 차원에서 짝퉁 개혁안에 합의했다는 소리로 해석될 수도 있다. 실제로 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위해 이익단체와 눈앞의 표에 흔들리는 포퓰리즘 정책을 추구하는 데 선수다.

김무성 대표에 이어 유승민 원내대표까지 비박(비박근혜)이 당지도부를 장악하고 이병기 비서실장이 성완종 메모에 등장한 이후로는 되레 당이 청와대를 무시하고 여야 협상을 주도하는 역()불통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 정도다. 청와대 쪽에서 오히려 당청협의를 제대로 안한다는 불만을 당에 제기할 정도라고 한다. 그럴수록 대통령은 전체 국민을 대변해 여야의원들과 공무원들을 설득하면서 공감대를 넓히는 광폭 정치를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부실개혁에 따른 민심의 이반을 어떻게 수습할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