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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들고 나온 아시아 운명공동체. 한국 외교전략은 뭔가

중국이 들고 나온 아시아 운명공동체. 한국 외교전략은 뭔가

Posted March. 30, 201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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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폐막한 보아오 포럼에서 아시아가 운명공동체를 향해 나아감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선언했다.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아시아 운명공동체 조성의 중요한 수단으로 제시됐다. AIIB 출범을 놓고 미국과 벌인 대결이 중국의 완승으로 끝난 시기와 겹쳐 마치 유라시아 패권의 종주국 선언 같은 위세가 느껴진다.

시 주석은 중국만을 위한 구상이 아니라며 주변국들과 상생을 강조했으나 운명공동체라는 언급은 가볍지 않다. 공동 안보와 가치관까지 말한 것을 보면 지난해 아시아 신()안보 구상을 밝히면서 제3국을 대상으로 한 군사동맹은 지역 공동의 안전보장 유지에 마이너스라고 지적한 대목이 연상된다.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전략의 흡인력과 세계 경제 외교환경에 미치는 파급력은 AIIB 참가국의 급증에서도 입증됐다. 이제는 중국이 도광양회(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에서 벗어나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을 견제하고, 아시아태평양을 미국과 나눠 갖겠다는 21세기 신형 대국관계의 패권전략을 당당히 드러내는 모습이다.

한국은 비전과 실천방안을 겸비한 중국의 세계전략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묻고 싶다.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아직 구체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시 주석의 방한 때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신()실크로드 구상(일대일로) 간에 연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어떤 진척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 입장에서 중국의 팽창은 기회이면서 국제질서를 흔드는 위협이기도 하다. 중국이 경제뿐 아니라 외교 안보 분야에서도 질서와 규칙의 제정자로 나서는 것은 우리에게 큰 도전이다.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국익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중()의 견제를 자초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와 신()밀월시대를 강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한중관계, 한미관계가 좋다고 말로만 떠들 것이 아니다. 한국 외교가 강대국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있는지 보여줄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 중국이 주도하는 거대한 격랑을 헤쳐가려면 현안 대응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외교 전략을 담은 독트린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