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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화성의 경제 활력

Posted December. 30, 2014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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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에서 살거나 고향으로 둔 사람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일어난 살인사건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시차를 두고 간헐적으로 발생한 사건인데도 신문방송 보도는 예외 없이 화성 연쇄 살인사건이었다. 화성 주민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강력 범죄로 불안에 떨면서 최악의 범죄 발생지에 산다는 동정까지 받아야 했다. 필자도 대화 도중 고향을 밝히면 여지없이 아, 연쇄 살인사건 발생한 곳이라는 말을 듣곤 했다.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화성 주민을 다시 곤혹스럽게 만든 영화였다. 추억이란 과거의 좋은 경험이나 긍정적인 순간을 돌이켜보는 뉘앙스를 지닌 말인데 여기다 살인을 붙인 제목도 화성 시민으로서는 불쾌했다. 하지만 화성 사람들은 속만 태우며 수모를 참았다. 2001년 군에서 시로 승격했지만 화성의 심성은 여전히 촌이었다. 아마 서울 같았으면 집값 떨어진다며 항의 시위라도 벌였을 것이다.

그 화성이 어깨를 펼 만한 경사를 맞았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공동 실시한 지역경쟁력 평가에서 화성시가 올해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3회 연속 1위다. 지역경제력지수와 연평균 사업체 증가율 1위에 일자리 수는 4위, 주민활력지수는 6위를 기록했다. 도농() 복합시로서 산업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의 강점과 녹지공간이 많아 삶의 질이 우수한 농촌의 장점을 잘 살린 결과였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발전 속도와 가능성을 보면 당분간 경쟁력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화성은 연결과 기회의 땅이다. 5개 고속도로가 지나갈 만큼 교통이 좋고 현대 삼성 기아 등 기업이 많아 일자리도 많다. 교육여건도 빠지지 않는다. 올해 교육부가 실시한 우수프로그램 100대 학교 선정에서 전국 지자체 중 화성시만 초중고교가 3개씩이나 뽑혔다. 현재 55만 명인 인구도 5년 내 100만 명을 돌파한다. 살인의 추억은 희미한 추억이 되고 활력의 고장으로 바뀌었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