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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일방 폭로로 번번이 뒤통수 맞는 남북회담 비밀주의

북의 일방 폭로로 번번이 뒤통수 맞는 남북회담 비밀주의

Posted October. 18, 2014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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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남북 군사당국자 간 접촉의 전말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그제 일방적으로 장황하게 공개했다. 회담 내용을 발표하려면 양쪽의 합의를 거쳐 하는 것이 국제관례다. 그런데도 북은 늘 이런 식으로 회담 내용을 폭로해 남쪽 정부를 난처한 지경에 빠뜨리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북은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참가 문제를 논의한 올해 7월 남북 실무 접촉이 결렬됐을 때도 우리 측이 제기한 내용을 전격 공개하며 책임을 떠넘겼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남북이 정상회담 추진을 논의했던 비밀 접촉 내용을 북한 국방위원회가 2011년 6월 공개했던 일을 상기시킨다. 우리 정부는 북이 수틀리면 언제든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잘 알면서도 또 뒤통수를 맞았다.

북은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명의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긴급 접촉을 제안할 때부터 우리를 얕잡아 봤다. 7일 북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남북간에 교전이 벌어진 사태의 수습 문제를 논의하자면서 황병서의 특사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내세웠다. 격()도 안 맞을뿐더러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을 보내 NLL 무력화 도발을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을 것이다.

우리 측이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남측 대표로 내보낸 것은 적절했으나 접촉 당일인 15일에도 북의 요청이라며 접촉에 대해 함구한 것은 잘못이다. 정부의 비밀주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북은 때를 놓칠세라 자신들은 접촉을 공개할 생각이었으나 우리가 비공개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정부도 뒤늦게 이를 시인했다. 처음부터 투명하게 대화를 추진했더라면 진실 공방에 휘말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2002년 제네바 협정 폐기를 보더라도 국제사회와의 약속도 폐지 버리듯 하는 집단이 북이다. 2차 고위급 접촉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연연해 할 필요는 없다. 박근헤 대통령이 지난해 밝힌 대로 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면 왜 그렇게 됐는지 솔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하면 된다. 정부가 당당하게 나가야 북이 남남갈등을 노리는 비신사적 꼼수를 쓰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