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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뜻 받든 사이버 검열에 외국 업체만 살판났다

대통령 뜻 받든 사이버 검열에 외국 업체만 살판났다

Posted October. 04, 2014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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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온라인 명예훼손 엄벌 방침을 밝힌 후 사이버 망명이 급증하고 있다. 개인 대화를 검찰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토종 인터넷 메신저 카카오톡에서 러시아의 텔레그램 같은 해외 서비스로 갈아타는 사람이 늘어났다. 텔레그램 이용자는 1주일 사이에 하루 2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10배 급증했다. 마침내 다음카카오가 대화내용 저장 기간을 57일에서 23일로 줄이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이틀 뒤 검찰은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전담 수사팀을 만들었다. 누리꾼들이 대거 사이버 망명을 시작하자 검찰은 메신저 같은 사적 공간은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계정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사이버 이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 상의 언어 폭력과 명예 훼손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 한 마디에 바로 검찰이 나서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카카오톡은 사용자 1억5000만 명, 하루 메시지 건수가 60억 건이다. 일일이 모니터링하기도 힘들고 법을 어기지 않은 사람들은 압수수색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보통 누리꾼들까지 해외 서비스로 탈출하는 것은 검찰과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텔레그램은 독일에 서버를 둔 러시아산 메신저다. 대화 내용이 일정 시간 후 자동 폭파 돼 보안성이 높고 서버가 외국에 있어 압수 수색 당할 염려도 없다. 텔레그램은 주로 언론 자유 지수가 낮은 나라들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우즈베키스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이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악성 댓글과 유언비어 등을 막는다는 입법 취지는 타당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검찰의 지나친 윗분 의 뜻 받들기가 국내 업체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해외 업체들만 신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