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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팬클럽의 병증

Posted July. 29, 2014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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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세기 아테네에 프리네라는 고급 창부()가 살았다. 미모와 총명함으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시련이 닥쳤다. 연극에 전라() 출연했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을 수도 있는 신성모독죄로 고발당한 것이다. 그의 연인으로 변호를 맡았던 웅변가 히페레이데스는 충격 요법을 썼다. 법정에서 피고인의 옷을 벗겨내 이토록 완벽한 아름다움은 신의 영역이라고 주장해 무죄를 받아냈다. 19세기 화가 장레옹 제롬의 그림을 통해 재현된 프리네의 재판은 판결마저 좌우하는 미의 위력을 보여준다.

세월호 수사와 관련해 경찰에 검거된 박수경 씨의 팬클럽이 온라인상에 개설됐다고 한다. 박 씨는 유병언 씨의 장남인 유대균 씨의 도피 조력자로 용인 오피스텔에 함께 은신했다. 태권도 유단자인 그는 검거 당시 단정한 외모에 당당한 태도로 미모의 호위무사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팬카페 제목(미녀쌈장 박수경 팬클럽)이 말해주듯 외모가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그는 양옆에서 연행하는 형사들보다도 키가 컸다.

흉악한 범죄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돕는 것을 하이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a)라고 한다. 2009년 라이프지가 발표한 세기의 살인마 31명 명단에 이름이 올랐던 리처드 라미레스와 옥중 결혼한 여성이 대표적이다. 잡지 편집장이었던 도린 리오이는 13건의 살인을 비롯해 숱한 범죄 행각으로 1980년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라미레스의 모습에 반해 11년 동안 러브레터를 보낸 끝에 1996년 결혼식을 올렸다. 한국에서도 살인범 김길태와 강호순 등의 팬클럽이 생겨 물의를 빚었다. 전문가들은 사회 부적응자들의 심리가 이런 활동으로 표출된다고 풀이한다.

외국에선 피고인이 미모일 경우 형량을 감경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통계도 있긴 하다. 사회 이슈를 단지 재미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걱정스럽다. 피해를 당한 희생자들을 생각하지 않는 가벼운 처신이다. 더욱이 범죄자의 팬클럽까지 만드는 행태는 정말 깊은 병증()이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