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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밀착에 움찔한 북, 화전양면 공세

Posted July. 08, 20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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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쉽게 가는 법은 없나 보다. 북한이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응원단 파견 카드를 꺼냈지만 동시에 도발의 끈을 놓지 않는 강온 양면전술을 들고 나왔다.

북한은 7일 가장 격()이 높은 정부 성명을 통해 무모한 적대와 대결 상태를 끝장내고 화해와 단합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며 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제안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사망 하루 전인 1994년 7월 7일 남북 정상회담 관련 문건에 서명한 지 20주년을 맞아 나온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화해의 손짓을 하면서도 핵이 통일의 장애가 아니라 평화와 안전을 위한 확고한 담보라며 북핵 포기 의사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이 올해 초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온 비방 중상 중단 북침 전쟁 연습(한미 연합군사연습) 중지 주장도 다시 나왔다. 또 서남전선해역(서해 북방한계선NLL 수역)이 위협받고 있어 단단히 벼르고 있다(5일 노동신문 보도) 싸움이 벌어지면 원수들을 해상에서 모조리 수장해버리자(7일 노동신문 보도) 등 대남 도발을 시사하는 김정은의 강경발언을 잇따라 공개하는 모순된 행태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북한은 성명에서 북남(남북)은 외세 의존을 반대하고 모든 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 나가야 한다. 천년만년 가도 외세는 민족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북핵을 거론하면서 북남은 민족 내부 문제에 간섭하려는 외세의 부당한 행위를 일절 허용하지 말고 공동으로 맞서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시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해 북한 핵개발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응원단 파견 의사를 밝히면서 종북 척결 소동으로 반공화국적대의식이 고취되는 비정상적인 사태를 하루속히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북한의 응원단 파견을 국제경기 관례에 따라 수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북한 성명 자체는 비합리적인 주장이라고 보고 있다. 응원단 파견과 북한 성명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얘기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로는 어떠한 문제도 풀어나갈 수 없다며 북핵이 통일이나 남북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아니라 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북한을 압박하는 동시에 한국과 가까워지는 중국의 움직임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남북관계 개선에 북한 자신들이 노력하고 있음을 과시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충돌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화전양면 전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군사훈련을 참관하면서 대남 강경발언을 쏟아낸 것이 지난달 30일 국방위원회 명의의 특별제안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한 직후라는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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